'이주 여성의 아픔을 같은 이주여성의 시각으로 알린다'
이주 여성들로 구성된 외국인 아줌마 기자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마포구에서 객원기자로 활동 중인 필리핀 출신 케네스(31), 중국 출신 리우짠지에(24),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벨라(34), 베트남 출신 봉간바(22)씨 등 4명.
이들은 5월 구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추천으로 객원기자로 위촉돼 구정신문인 '내 고장 마포'에서 기자로서 당당히 필명을 날리고 있다.
'내 고장 마포'는 40만 마포구민을 상대로 한 20년 전통의 지역 정보지로, 반상회 날(25일)에 맞춰 매월 12만부가 발간된다.
외국인 아줌마 기자들은 신문제작을 위해 마포구민으로 구성된 23의 편집위원과 함께 매달 한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연다. 여기에서 선정된 아이템으로 현장을 취재하고 기사를 직접 작성한다.
이들의 기사와 이름이 신문에 실리기 시작한 것은 7월호부터. 특히 2001년 한국으로 와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케네스씨의 기사는 지난달에 이어 8월 호에도 지면을 장식했다.
서울시중부여성발전센터를 찾아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비롯해 창천초교 녹색어머니로 활동 중인 필리핀 이주여성의 한국생활 등을 집중 취재했다. 2편의 기사는 모두 이주여성의 한국사회 적응 문제에 초점을 맞춰 작성됐다.
케네스씨는 "취재를 통해 같은 나라 출신인 쟈넷씨를 만나게 돼 기뻤다"며 "녹색 어머니활동에 참여하면서 좋은 엄마,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 흐뭇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객원기자로 활동하며 얻는 기쁨은 의외로 소박했다. 한국어 쓰기 실력을 늘릴 수 있다는 것. 그는 "한편의 글을 쓰기 위해 수 없이 고치는 작업을 반복하고 완성된 뒤에는 남편이나 시댁식구가 교정을 봐줘 실력이 쑥쑥 느는 것 같다"며 흐뭇해 했다.
아직 한국어가 서툰 중국인 리우짠지에씨의 기자 활동은 남편이 더욱 반긴다. 초안을 잡아주는 등 외조를 아끼지 않는 남편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된 아내가 친구도 없이 집에만 있는 게 늘 안타까웠다"며 "이주 여성들이 사회활동 참여를 통해 언어나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다문화 가정 지원사업이 더욱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포구 홍보기획팀 권준희(33ㆍ여) 담당은 "사회활동의 벽이 높은 결혼이민 여성들이 구정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보니 지역사회와 자연스레 접하는 기회가 많아 져 자신감을 갖는 것 같다"며 "같은 시각으로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고 기사를 작성해서인지 열정은 현직 신문기자 못 지 않다"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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