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지음ㆍ임호경 옮김/문학동네 발행ㆍ전 2권(336, 320쪽)ㆍ각 권 1만500원
해변을 거니는 늘씬한 다리의 금발 아가씨, 매일 밤 계속되는 화려한 칵테일파티, 성장한 여배우들.
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온갖 환상을 자극하는 남프랑스의 해변도시 칸. 이 평화의 오아시스 같은 도시에 각기 다른 꿈을 품은 다섯 명의 인물이 몰려든다. 자수성가한 러시아 이동통신회사 회장 이고르, 이고르의 부인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여인 에바,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패션디자이너이자 에바의 정부인 하미드, 연극학교에서의 좌절을 성공으로 보상받으려는 배우 지망생 가브리엘라, 열 아홉살의 흑인 슈퍼모델 재스민.
파올로 코엘료(62ㆍ사진)의 신작 장편소설 <승자는 혼자다> 는 칸을 무대로 다섯 인물의 엇갈리는 욕망을 그려내는 지옥도다. 소설 전개의 중심인물은 이고르. 아프가니스탄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그는 자신을 버리고 정부에게로 간 에바를 찾으려 칸을 찾는다. 승자는>
배신에 대한 분노는 끔찍한 연쇄살인으로 나타난다. 이고르는 "그녀가 돌아오기 위해 내가 어떤 위험도 무릅쓸 준비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그녀가 깨달을 때까지 몇 개의 세계를 파괴하겠다"고 미친듯이 읊조리며 살인파티를 벌인다. 거리에서 장신구를 파는 가련한 스무살 처녀, 강고한 메이저 영화배급망을 깨뜨리고 자수성가한 세계적 영화배급업자, 영화계 최고의 섹스심벌인 여배우 등이 차례로 희생양이 된다. 마지막 희생자는 누구일까.
다섯 인물의 24시간을 추적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작품은 추리소설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장감이 감돈다. 무엇보다도 <양들의 침묵> 의 렉터 박사를 연상시키는 살인광 이고르의 광기에 대한 묘사는 압도적이다. 양들의>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들만 숭배하는 정신적 자위행위를 일삼는 비평가, 강연을 통해 아리송한 자기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는 영화감독들, 국내 영화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영화노조원들 등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작가가 시니컬하게 그려낸 영화산업 이면의 풍경도 구경거리다.
이 소설은 외국 작가의 작품으로는 최초로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국내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연재됐던 작품. 코엘료는 네티즌들과의 대화에서 "사람들의 꿈이 어떻게 조작되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망가지게 되는가를 살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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