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페렐먼 지음ㆍ오종석 지음/난장이 발행ㆍ340쪽ㆍ1만4,000원
이 책은 미국인의 시각으로, 미국의 오늘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 독자의 눈에도 이물감 없이 다가온다. 책에 담긴 것은 최고의 권력이 되어버린 기업과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 개인의 모습. <기업권력의 시대> 라는 제목은 '2009년 대한민국'이라는 시공간을 나타내는 좌표이기도 하다. 기업권력의>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 마이크 페렐먼은 저술 활동과 언론 기고를 통해 진보적 관점을 활발히 발표하고 있는 학자다. 이 책은 '시장이 막강한 힘으로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현실을 묘사하고 있는데, 특히 기업이 개인주의를 이용하여 인간의 존재를 무력화하는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기업은 우리 모두를 멍텅구리로 만든다"며 "멍텅구리(idiot)의 그리스어 어원(idion)이 '자신의 일에만 관심을 갖고,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지칭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개인주의가 기업권력에 적대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기업권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요지다. 저자에 따르면 기업권력(혹은 보수세력)은 개인주의라는 허위의식을 조장하는데, 이 '뒤틀린 이데올로기'에 의해 현대인은 스스로를 '소비자로서 결정하는 주체'로 인식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환상은 개인들에게 제한적 선택권을 부여하지만, 정작 중요한 수많은 선택권들로부터 개인을 배제시킨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소비주의로 나타나는 개인주의는 시작부터 반사회적 특성을 갖는다. 소비주의는 다른 사람을 희생해 스스로를 구별짓고자 하는 질시와 욕망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것이 기업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그 어떤 사회적 유대도 막아버린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지나면 소비주의가 파괴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며, 이는 기업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경고다.
이 책의 결론은 기업권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사회적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개인도 기업과 동등한 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연대'를 강조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기업 프렌들리'의 이름으로 개발독재 시절보다 더 광포한 속도를 내고 있는 한국 사회에 적잖은 울림을 준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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