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푸껫 제16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이 23일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 제안을 "말도 안 되는 문제"라며 일단 거부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뒤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단호하게 제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 대표단 리흥식 외무성 국장은 이날 ARF 회의장인 푸껫 쉐라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포괄적 패키지는 우리가 핵폐기 하면 이것저것 준다는 것인데 우리의 안전과 자주권, 말하자면 나의 생명을 어떻게 돈과 바꿀 수 있겠느냐"며 "말도 안 되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포괄적 패키지는 미국 부시 정부 시기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ㆍ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원칙)를 그대로 파다 옮겨놓은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클린턴 장관은 22일 북한이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한다면 북미관계 정상화가 포함된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었다. 하지만 북한이 먼저 거부 의사를 밝힘으로써 당분간 대치 국면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리 국장은 "우리는 대화를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핵무기를 가진 것은 대조선 적대시정책 때문"이라며 미국이 유화책을 내놓을 경우 입장을 바꿀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클린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과거에 했던 것 이상의 비핵화 조치를 해야 지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포괄적 패키지' 방안에 국교 정상화, 영구 평화체제 보장, 대북 경제 에너지 지원 등이 포함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끝난 ARF에서는 한반도 상황과 관련, "일부 국가 장관들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규탄하고 안보리 결의 1874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총 39개항의 의장성명이 채택됐다. 하지만 이번 의장성명에는 "최근 악화하는 한반도 상황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며 6자회담은 이미 끝났다"는 북한의 주장도 대부분 반영돼 논란이 예상된다.
푸껫(태국)=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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