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강경 보수파 내부에서 균열 조짐이 일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2기 내각 구성을 위해 처음 단행한 제1부통령직을 놓고 보수파 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AP통신 등은 "아마디네자드가 에스판디아르 라힘 마샤이에 제1부통령을 해임하라는 이란 보수파의 지시를 거부했다"고 이란 반관영 IRNA통신을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아마디네자드는 이날 연설에서 "마샤이에는 정직하고 신앙심 깊은 사람"이라고 밝혀 임명 철회의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아마디네자드의 사돈인 마샤이에는 1기 내각에서 관광 담당 부통령을 맡으며 "이스라엘 국민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는 유화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7월에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강경 보수파의 분노를 샀다.
그런데도 그가 16일 제1부통령에 임명되자 아마디네자드가 국내외 비판을 의식, 유화적인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임명을 강행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제1부통령은 대통령 부재시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등 부통령 12명 가운데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강경 보수파는 그의 임명에 줄곧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한때 마샤이에가 사퇴했다는 보수파 주장을 그대로 전했고 세계의 많은 언론이 이를 받아 보도했다.
마샤이에의 퇴임 거부를 놓고 일각에서는 아마디네자드가 하메네이에 도전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그렇게 보는 시각은 드물다. 그보다는 아마디네자드가 자신을 좌지우지하려는 일부 보수파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관측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AP통신은 "하메네이가 마샤이에를 거부한다고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은 이상 아마디네자드가 보수파의 의견을 따를 필요가 없다"며 "아마디네자드가 떨어진 지지도를 만회하고, 권력 다툼이 진행중인 보수파 내에서 굳건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제1부통령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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