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휴대폰용 반도체칩 제조업체인 퀄컴에게 우리 경쟁당국이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한국 시장에서 로열티 차별, 리베이트 제공 등 불공정 거래를 일삼아온 혐의다. ★관련기사 6면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3년이 넘는 조사를 벌인 끝에 퀄컴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모뎀칩 시장의 99% 이상을 점하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국내에서 각종 불공정 거래를 일삼아 온 것을 확인, 시정명령과 함께 2,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사상 최대 금액으로, 2005년 KT의 시내전화 공동행위 건에 대해 부과된 1,130억원(법원 최종 판결 후 967억원으로 조정)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은 2004년 4월부터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에 이동통신 핵심기술인 CDMA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경쟁사의 모뎀칩을 쓸 때는 자사 제품(5%)보다 높은 차별적인 로열티(5.75%)를 부과했다.
또 2000년 7월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CDMA 모뎀칩과 무선주파수변환(RF)칩을 판매하면서 수요량의 대부분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도 확인됐다. 리베이트 규모는 2004년까지 연 평균 1,640만달러, 그 이후에는 3,280만달러에 달했다. 퀄컴은 이와 함께 특허권이 소멸된 이후에도 기존 로열티의 50%를 계속 내도록 부당 약정을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은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 2008년 인텔에 이어 국내 시장에서 활동하는 거대 다국적 기업의 경쟁제한 행위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는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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