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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입법부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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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입법부의 현주소

입력
2009.07.2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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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3법 처리 과정에서 한바탕 활극을 연출한 여야가 이번에는 미디어법 처리의 절차상 하자 여부로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의 재투표의 효력과 일부 대리투표 여부가 쟁점이다.

민주당은 일단 표결 종료가 선언된 후 의결정족수에 미달되면 이미 부결된 것으로서 일사부재의 원칙이 당연히 적용되고, 그에 위배된 재투표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과거의 사례까지 들어가며 의사정족수는 '의사진행의 요건'일 뿐이어서 정족수 미달로 표결이 성립하지 못했다면 재투표가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논쟁은 어제 민주당이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개정 방송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권한쟁의 심판도 함께 청구함으로써 일단 헌재로 넘어갔다. 사실 여부가 오락가락해 본격적 법리 논쟁으로 번지지 못한 대리투표 문제도 법리 공방이 예고돼 있다.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최종 해소해야 할 입법부가 스스로의 문제에 대한 재단을 결국 헌법재판소에 맡긴 꼴이다. '결사 저지'에 실패해 낙담한 야당에게는 위안이고, 강행처리 성공에 안도했던 여당에게는 불안의 씨앗이 될 만하다. 국회를 통과한 법의 효력에 의문이 제기된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헌재의 조속한 판단이 기대된다.

이런 엉뚱한 귀결은 여야가 조정과 타협, 승복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물리적 충돌로 달려간 데다 황급히 의사봉을 넘겨받은 이윤성 부의장의 사무적 미숙까지 겹친 때문이다. 본회의장을 가득 채운 폭력의 기운과 수시로 의장석 주변에 쳐진 '인간 장벽'을 뒤흔든 육탄공세가 '초보 운전'에 나선 이 부의장을 위협했을 것이라고 쳐도 동요가 지나쳤다. 이런 점에서 거대여당은 여전한 허점을, 제1야당은 지나친 '실력 의존'을 심각하게 자성해야 한다.

그런 자성이 적어도 겉으로나마 의사당 안에서는 폭력 대신 말싸움을 벌이는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사회에 만연한 모든 폭력이 마치 평화와 질서의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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