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인종 문제를 정색하고 언급했다. 최근 경찰의 오해로 체포됐다 석방된 하버드대 흑인 교수인 헨리 루이스 게이츠 주니어(58) 사건과 관련해서다.
게이츠 교수는 16일 해외 여행에서 돌아온 후 케임브리지 소재 자택의 고장 난 출입문을 억지로 열던 중,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관에 의해 치안 문란 혐의로 체포됐다. 흑인 단체들은 이 사건이 "미국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인종차별의 증거"라고 거세게 반발했으며 TV 토크쇼 등도 앞 다퉈 이 사건을 다루는 등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TV 연설에서 "흑인은 오랫동안 부당하게 경찰의 수색을 받아 왔다"며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인종 문제가 어떤 식으로 남아 있는지 보여준다"고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게이츠 교수가 내 친구이기 때문에 내가 어느 정도 편향된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 후 뼈 있는 농담으로 경찰을 비난했다.
그는 "내가 내 집의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가는 상황을 상상해 봤다. 백악관에서는 그럴 리 없겠지만 시카고의 내 옛집에 억지로 들어가려던 상황이라면 아마 총에 맞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은 미국 내 흑백 화합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자신의 흑인 정체성을 굳이 강조하지 않은 것도 통합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마저 게이츠 교수 편을 들면서 인종 차별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 교수는 경찰을 고소할 계획이지만 경찰은 여전히 잘못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게이츠 교수가 경찰에 고함을 치며 신분증 제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게이츠 교수는 "운전면허증과 하버드대학 교수 신분증을 제시했다"며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게이츠 교수를 체포한 제임스 크롤리 경사는 사과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고,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간부는 abc방송에 "적절한 절차대로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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