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을 시원하게 수놓은 '지상 최대 축구쇼'였다.
세계 최정상급 축구스타인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와 거친 몸싸움, '왼발의 달인' 라이언 긱스(맨유)의 감각적인 볼터치 하나 하나에 팬들은 연이어 감탄사를 자아냈다.
특급스타들의 마술 같은 '맨유쇼'에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5,000여명(매진)의 팬들은 더위를 잊은 듯 열띤 성원을 보냈다. 특히 맨유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한국에서 경기를 펼친 박지성이 마이클 캐릭을 대신해 후반 28분에 투입되자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맨유의 2009 코리아투어 FC서울과 친선경기가 열린 상암벌은 경기 3시간 전부터 '붉은 물결'로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박지성의 입단으로 '국민구단'이 된 맨유의 상징은 붉은색이다.
게다가 FC서울 역시 빨간색이 홈 유니폼이라 양팀의 팬들은 모두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채 붉은색 피켓을 활용해 응원전을 벌였다. '상암벌'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경기장은 마치 '붉은악마'가 열띤 응원전을 펼치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경기를 방불케 했다.
경기 전 인기가수 손담비의 축하공연으로 달아오른 '상암벌'은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 '붉은함성'으로 가득 찼다. 양팀 선수들은 '소문난 잔치'에 구경 온 팬들을 위해 실전경기처럼 한치 물러섬이 없는 격렬한 몸싸움과 압박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맨유와 서울 모두 수준 높은 경기력을 펼친 까닭에 2007년 맨유의 첫 방한(4-0 맨유 승) 때와 확연히 다른 경기양상이 전개됐다.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보여주겠다고 벼른 서울은 전반 23분 선제골을 뽑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승용이 크로스를 올리자 문전을 향해 쇄도하던 데얀이 정확하게 오른발을 갖다 대서 상대 골네트를 갈랐다. 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연패에 빛나는 맨유는 명성다운 저력을 발휘하며 곧바로 응수했다.
간판 공격수 루니가 전반 31분 존 오셔가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그대로 헤딩슛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세밀한 패스워크로 중원싸움이 이어지자 긴장감이 맴돌았고 전반 종료 직전 데얀이 추가골을 터트려 서울이 2-1로 앞선 상황에서 전반을 마쳤다.
하지만 '유럽챔피언' 맨유는 후반전에 마이클 오언과 베르바토프 등을 투입하며 전세를 순식간에 역전시켰다. 후반 12분 페데리코 마케다가 동점골을 넣었고, 8분 뒤 베르바토프의 헤딩골로 역전에 성공하며 시원한 골폭죽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결국 경기는 맨유가 3-2로 이겼지만 이날 '공격콤비' 박지성-오언의 첫 호흡을 보는 등 팬들은 '맨유쇼'가 끝날 때까지 엉덩이를 들썩들썩거리며 축구의 묘미를 만끽했다. 맨유는 25일 중국으로 출국한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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