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 건강보험 개혁을 국민에게 직접 세일즈하기 위해 TV 카메라 앞에 섰다. 취임 이후 네 번째 갖는 황금시간대 TV 기자회견이다. 1시간 가량 진행된 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건강보험 개혁의 당위성을 강한 어조로 강조하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 중도 성향 의원들조차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반대하자 여론을 앞세워 이들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처음 공개적으로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재원 마련의 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연 100만달러 이상 버는 '슈퍼 부자'의 소득세를 올리는 계획을 밝히면서 "중산층은 세금을 인상하지 않는다는 나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이 논의하고 있는 입법 개혁안도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재원 마련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의 건강보험 시스템을 "비용은 앞으로 10년간 두배로 늘면서 보장받는 혜택은 점점 줄어드는 것"이라고 비판한 뒤 "변화시켜 다른 결과를 얻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건강보험 개혁은 아주 좋은 보험을 갖고 있는 나나 의원들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 서민을 위한 초당적 정책임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을 증세 대상 부유층으로 규정했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연소득 35만달러 이상 소득자를 증세 기준으로 삼고 내부 논의를 해왔다. 기준을 대폭 후퇴한 것은 그만큼 의회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건강보험 개혁이 시행되면 10년간 재정적자가 1조달러 추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회예산국(CBO)의 보고서를 앞세워 "오바마의 계획은 의료비용도 못줄이고 경제에 부담만 주는 악법"이라는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 역시 균형예산을 중시하는 중도 보수성향의 '블루독(Blue Dog Democrats)'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는 추세다. '블루독'의 일원인 찰리 멜란콘 의원은 하원 소위의 관련 법안 심의가 조만간 재개될 것이냐는 질문에 "결코 그런 일은 없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개혁의 최우선 의제로 삼고 있는 건강보험 개혁이 실패로 끝난다면 남은 임기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건강보험 개혁안을 오바마 대통령의 '워털루 전투'로 비유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개혁 법안 통과 시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민주당 중진 의원을 인용하면서 "다음달 여름 휴회에 들어가기 전 법안을 서명하기를 바라는 백악관의 기대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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