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증권가 최고히트상품은 주가연계증권(ELS). 펀드를 외면한 투자자들로부터 큰 환대를 받았다. 6월까지 발행금액이 1조원을 넘어섰고, 때맞춰 증시활황까지 겹쳐 수익률도 좋았다.
그런데 ELS가 요즘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거래소가 조사에 나섰는가 하면 일부 투자자는 소송까지 불사할 태세다. '조기상환'(만기 전에 수익 실현)이란 똑똑한 시스템 때문에 환영을 받았는데, 도리어 그로 인해 원성을 사고 있는 셈이다.
복잡한 구조
ELS논란의 핵심은 아주 복잡한 상품구조에 있다. 2003년 금융시장에 첫 등장한 ELS는 개별주식가격이나 주가지수와 연계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상품. 가령 주가가 주당 1만원(기준가격)일 때 사들였다가 특정일(만기일)에 10%이상 상승하면 추가로 수익을 더 얹어주기 때문에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또 만기일 전에도 단기간 내 수익률이 높으면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문제는 정해진 날짜(만기일 혹은 조기상환일)가 되면 조건충족여부에 상관없이 무조건 증권사는 팔아서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투자할 때(최초 기준가격)에 비해 만기일(조기상환일)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팔 수밖에 없어 손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 시장에선 ELS 만기일에 대량 주식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가 폭락할 수 있는 점도 꾸준히 지적됐다.
ELS투자자의 첫번째 불만은 왜 꼭 만기일이 닥쳐서야 파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도래한 만기일에 해당주가가 폭락해 큰 손실을 입은 한 투자자는 "증권사가 의도적으로 손실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오를 때 주식을 팔지 않고 만기일까지 그냥 뒀다"며 "법적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정해진 룰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업계 관계자는 "설사 만기 전에 오르더라도 팔 수 있는 기간은 조기상환일뿐"이라며 "제아무리 여러 번 올라도 조기상환 당일에 주가가 최초 기준가격보다 떨어지면 팔 수도 없고 조기상환할 수도 없는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조기상환
조기상환도 허점투성이다. 예컨대 내년 4월을 만기로 포스코와 SK에너지에 투자하는 ELS는 올 4월 SK에너지가 9만6,000원일 때 조기상환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증권사는 조기상환일에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냈고, 당일 SK에너지 주가는 9만5,900원으로 떨어져, 결국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조기상환이 무산됐다.
투자자들의 불만은 ELS를 판 해당 증권사가 물량을 던져서 값이 떨어졌고, 그로 인해 조기상환을 할 수 없었다는 것. 비슷한 민원이 쇄도하자 거래소 시장감시본부는 관련 조사에 착수했고,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에게 제재조치를 내렸다. ELS 조기상환일에 기초자산 종목을 대거 팔아 조기상환 기회를 무산시켜 시장질서를 어지럽혔다는 것이다.
업계는 역시 구조 타령이다. "의도적으로 조기상환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종가를 기준으로 보유물량에 변동을 줘야 하는 구조적인 특성상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조기상환이 무산될 경우 전혀 득이 될 게 없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해법은 없나.
결국 문제해결은 제도개선밖에 없다. ELS관련 논란은 커지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그간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었다.
업계는 기존 단 하루에 불과했던 만기일(조기 상환일 포함)을 '최근 며칠간(3~5일간)'의 평균주가로 바꾸면 증권사들의 대량 매물에 따른 주가 하락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ELS가 문제를 일으킨 건 사실 최근 들어서"라며 "평균주가가 일으킬 문제점까지 꼼꼼히 보완해 세부규정을 다음 주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ELS의 80%를 점하고 있지만 헤징(위험회피) 과정이나 운용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어 투자자 손실이나 수익률 조작위험을 내포한 외국계 운용사에 대한 제재규정도 마련돼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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