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이 될 때까지 술병을 들고 땅을 치며 일제의 식민통치를 분해 하시던 아버님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아버님에 관한 소설이 나온 것을 계기로 조선 왕실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알리는 데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조선 고종의 아들이자 순종의 아우인 의친왕 이강(1877~1955)의 아들로, 가요 '비둘기집'으로 유명한 가수 이석(68)씨는 23일 의친왕의 일생을 소재로 한 박종윤(60)씨의 소설 <의친왕 이강> (하이비전 발행) 발간을 기념해 운현궁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의친왕>
소설에서 의친왕은 일제의 감시 하에서도 독립심에 불타는 인물로 그려진다. 만주의 독립군에게 군자금을 지원하고 함경도와 황해도의 민족학교 건립을 지원하기도 한다.
작가 박씨는 "한민족의 역사에서 빠져있는 의친왕의 모습을 재조명하기 위해 8년전부터 자료 조사를 거쳐 소설을 집필했다"며 "이 과정에서 이석씨를 만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석씨는 "일본의 방해 때문에 황태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왕족으로서 유일하게 독립운동을 지원한 아버님의 면모가 이번 소설을 통해 제대로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의친왕이 예순넷의 나이에 낳은 열 한번째 아들인 이씨는 "아침 문안을 드릴 때마다 수염으로 뺨을 부벼 주시던 아버님 생각이 난다"며 "이제는 상징적으로나마 조선 왕실을 복원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1967년 '비둘기집'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던 이씨는 79년 도미했다가 영친왕(의친왕의 아우)의 부인인 숙모 이방자 여사의 장례식을 계기로 89년 영구 귀국했다. 5년 전부터 전주에 거주하며 조선 왕실 후손들의 모임인 '황실문화재단'을 이끌어가고 있다.
대학에서 '조선왕실사' 특강을 하고 있기도 한 이씨는 "외척 갈등이 심했고 고종이 무능했다는 등 일본에 의해 왜곡돼 있는 조선 마지막 왕실에 관한 오해들이 바로잡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