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재투표가 유효한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야 간 인식차가 큰 것은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하지만 국회법이나 국회법 해설서상의 규정과 설명을 보면 재투표 실시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투표 논란은 외견상 당시 투표에 참가한 의원이 재적 과반수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종료된 투표 결과가 유효한지 여부다. 국회법은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법안을 의결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충족한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실질적 논란은 국회의장의 표결 선포와 투표종료 선포가 과연 효력을 갖는 것인지, 재투표가 어떤 근거에 의해 실시됐는지 등이다.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투표종료를 공식 선언한 뒤 재투표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재투표 실시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의결정족수 미달로 가결 또는 부결이 완료되지 못한 경우 '표결 불성립'이므로 재투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려대 법대 장영수 교수도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의결 자체가 안된 것"이라며 말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이미 부결된 안건을 재투표에 부친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라는 입장이다.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1차 투표도 유효하다는 얘기다. 김승환 헌법학회장은 "법안이 부결되는 경우는 부(否)표가 많거나 의결정족수 미달일 때"라고 설명했다.
현행 국회법 해설서는 표결 중 의결정족수 미달일 때 의장이 취할 조치로 ▦표결 일시 보류 ▦회의 중지 선포 ▦산회 선포 등 3가지를 들고 있다. 또 표결 선포와 투표종료 선포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해 실질적 효력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재투표와 관련한 규정은 투표의사(명패)를 밝힌 수보다 투표 수가 많을 때 실시토록 한 국회법 114조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윤성 부의장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법 해설서가 명기한 3가지 방안과는 달리 투표종료를 선포했다. 그리고 국회법상 재투표 사유가 아닌데도 재투표를 실시했다. 국회법 자체가 해석의 여지가 크지만 규정에 따른 투표종료가 이뤄진 상황에서 근거가 없는 재투표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국회 사무처는 4차례의 과거 사례를 들어 "투표 불성립 후 재투표한 적이 있다"며 한나라당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회기를 바꿔 처리했거나 산회 선포 후 차수를 달리한 경우여서 투표종료 선포 후 곧바로 재투표를 실시한 이번과는 전혀 다른 사례들이다. 이에 대한 비판과 반박이 나오자 사무처는 23일 온종일 합법 논리를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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