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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니가 인권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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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니가 인권을 아느냐?"

입력
2009.07.2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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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이 20일 취임한 이후에도 적임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등 인권단체는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가 인권 관련 활동이 전무한 문외한이며, 공개 추천이나 검증과정 등의 절차 없이 그런 사람을 임명한 것은 일련의 인권위 무력화 시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사퇴와 함께 정부에 대해 인권위 무력화 시도 중단, 인권위의 독립성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장 자격 시비

그들의 지적대로 현 위원장은 직접 인권을 위해 일한 경력이 별로 없다. 인권위라는 국가기구에 대한 사전 지식도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전임 안경환 위원장이 임기를 4개월 남겨두고 중도 사퇴한 이후 후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상태에서 선정된 현 위원장은 인권계 인사들에게는 전혀 생소한 인물이었다.

그가 인권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은 본인에게도 뜻밖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민법을 전공한 그는 오래 법학 교수로 재직해왔고 대학장과 학회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다. 본인의 말대로 법을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인권이 최고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인권을 모르는 문외한이라거나 인권감수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무리라고 본다.

대통령과 악수 한 번 한 적이 없었고, 보수든 진보든 시민단체 같은 곳에 가입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오히려 인권위의 현안 해결과 조직 안정에 기여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인권위의 활동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경력은 단점인 측면도 있지만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 위원장 반대론에는 일정한 진영논리가 작용한다. 인권위라는 기구는 속성상 진보적일 수밖에 없다. 그 기구의 우두머리는 진보진영에 몸담아 이 바닥에서 활동했거나 그들과 가까운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작용한다. 당연한 듯 하지만 어느 분야든 그런 생각이 지나치면 부작용이 생긴다. 무엇이든 우리 것이라거나 자가용이라는 의식을 갖게 되면 안 된다.

아울러, 그를 반대한다 하더라도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옳지 취임식을 한 차례 무산시키고, 나중에는 취임식장에까지 들어가 시위를 한 것은 지나치며 민주적 의사표현 방식이 아니라고 본다. 22일의 시민단체 시위 피킷에는 대통령을 비하하여 "날쌘(쥐)돌이! 인권위원장 임명 사퇴 안하냐옹???"이라는 것도 있었는데, 이런 식의 천박한 행태로는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다.

뉴 라이트 계열 인사가 선임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자격 시비에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비난과 논문 표절의혹까지 더해졌으니 정부나 본인 모두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의 증조부는 17대 국회 때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과 광복회가 함께 선정한 친일파 708인 명단에 낀 친일경력자라는 것이다.

친일경력자의 증손이라고 공적 활동을 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지만, 그러지 않아도 시끄러운 터에 꼭 그런 사람을 골라 장관급인 인권위원장에 앉힐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 정부의 인물 검증 실력으로 보아 이 부분이 제대로 걸러졌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왜 그가 선임됐는가 하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특정 대학 인맥의 추천을 드는가 하면 현대가와의 인연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그가 현대그룹 CEO와 먼 친척이며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사람이었다는 게 그런 짐작의 근거다.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성공 여부는 그가 하기 나름

인권위원장은 사실 참으로 어려운 자리다. 인권위원 11명 중 위원회를 대표하며 업무를 통할하지만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므로 위원장도 똑 같은 한 표일 뿐이다. 위원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3년 전에는 위원장이 출근거부를 한 일도 있었다. 예산과 인력이 많지도 않은 터에 올해 3월 기구가 축소됐고, 이 문제로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왕 임명됐으니 현 위원장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그가 진정 인권감수성과 전문성을 결여한 부적격자라면 누가 옆에서 그렇게 만들지 않더라도 그는 적응하지 못할 것이며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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