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의사 A(40)씨는 지난달 2일 돌연 경기 이천에 있는 S신경정신병원에 강제로 수용되는 처지가 됐다. 2년여간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투약해와 약물중독과 우울증 증세를 보이자 그의 아내와 모친이 A씨의 입원 조치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입원 이틀만인 지난달 4일 "병원에서 나갈 수 있게 해달라"며 법원에 인신보호 청구 소송을 냈다. 의사로서 정상생활을 해왔고 통원치료가 가능한 데도 강제 입원시킨 것은 과한 조치이며, 아내와 재산분할 다툼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강제수용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A씨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지난달 12일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병원에서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6월22일 인신보호법이 시행된 뒤 이 법에 따라 피수용자가 구제된 첫 사례다.
재판부는 "피수용자는 현재 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신체적ㆍ정신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보이는 점, 수용에 동의한 피수용자의 처가 수용 동의를 철회한 점으로 볼 때 수용 계속의 필요성이 없다"고 밝혔다.
인신보호법은 위법한 행정처분이나 사인(私人)에 의해 부당하게 의료ㆍ복지ㆍ보호시설 등에 수용된 개인을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도입된 법이다.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부당하게 수용된 사람이라도 수용시설에서 나오려면 몇 단계에 걸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고, 이 과정을 통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수용을 요구한 가족 등을 불법구금 혐의로 고발해 형사상으로 해결하거나,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 소청해 6개월마다 수감 적정성 심사를 받아야 했다. 보건심판위가 기각하면 광역 정신보건심판위에서 다시 심사를 받고 여기서도 기각되면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했다.
인신보호법 제정으로 이처럼 불합리한 과정은 개선됐지만, 1년 만에 첫 인용사례가 나올 정도로 제도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법원은 "전국 500개 정신보건시설에 인신보호제도를 홍보하는 포스터를 배포하고, 전국 법관들에게 인신보호제도 해설서를 배포하는 등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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