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속에 미디어법이 통과된 22일. 여야가 충돌한 국회 본청 곳곳에선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본회의장엔 도자기가 '카메오'로 등장했다. 사연은 이렇다. 12시40분께 이윤성 국회부의장실 앞 본회의장 출입구에서 진입로를 만들려는 경위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 의원 및 보좌진이 몸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잠시 소강상태를 틈타 민주당 보좌진이 이 부의장실 옆에 놓여있는 지름 53cm, 높이 67cm의 '청자화문호'라는 대형 도자기를 출입구에 일종의 바리케이드로 놓았다.
본회의장에 있던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이를 보고 출입구 쪽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게 "기정아, 해도 너무 한다"고 했고, 같은 당 이학재 의원도 "사람 다친다. 할게 있고 안 할게 있지 이게 뭐야"라
. 민주당 보좌진이 "DMZ(비무장지대)입니다. 의원님들 (회의장에) 들어가세요".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안으로 도자기를 옮기려 들어올리자 민주당 보좌진들이 저지해 도자기가 깨질 뻔한 위태로운 상황을 맞기도 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호위 덕에 도자기는 무사히 본회의장에 입성했다. 도자기는 본회의 산회 후 본래 위치로 옮겨졌다.
도자기를 놓고 벌인 실랑이가 끝난 오후 1시20분께 민주당 보좌관, 비서관들에 점심으로 김밥이 도착했다. 본회의장에 고립돼 '보급로'가 차단된 한나라당 의원들의 시선도 쏠렸다. 민주당 보좌진이 "의원님들 드시고 힘내세요"라며 윤상현 조해진 등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건넸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허기를 채웠다.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뒤늦게 "김밥 남은 것 더 없어"라고 하자 민주당 보좌진이 김밥을 추가 공급했다.
여야 의원 간 때아닌 끌어안기도 포착됐다. 오후 3시 20분께 한나라당 고흥길 나경원 정의화 김성태 의원 등이 3층 본회의장 출입구가 막혀 4층 방청석으로 올라갔으나 이미 민주당 김영록 의원 등이 진영을 구축하고 있었다. 김성태 의원이 선봉에 나서자 김영록 의원이 꼬옥 끌어안아 저지했고, 김성태 의원도 김영록 의원을 잡고 놓아주지 않은 것. 그렇게 10여초 간 끌어안기가 지속됐다.
한편 몸싸움으로 인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민주당은 강창일(손등뼈 골절 전치 8주) 노영민(왼쪽 팔 골절상) 김영진(왼쪽 어깨인대 손상) 의원 등이 다쳤고, 한나라당에선 현경병 의원이 집기에 발을
다쳐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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