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흑점이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해 1년 중 266일 동안 '무흑점' 현상이 이어져 50년 만에 최장 무흑점 기록을 남긴 이후 올해부터 다시 흑점활동이 점차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4월까지 무흑점 상태가 지속된 이후 6월과 7월초에 20여개 흑점이 관찰됐다가 곧 무흑점 상태로 되돌아 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태양물리학자 데이비드 해더웨이는 "태양 활동이 완전히 정지됐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흑점은 태양활동의 결과 발생한 강한 자기장이 모인 지점으로 다른 표면보다 온도가 낮아 어둡게 관측된다. 태양 활동이 활발할수록 흑점이 많이 관측돼 태양의 주요지표로 활용된다. 흑점은 대략 11년을 주기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한다. 현재는 태양활동이 가장 저조한 '극소기'에 해당하는데 전문가들은 2013년 5월께 극대기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2013년 극대기에도 흑점은 극대기 평균 120여개 보다 훨씬 적은 90여개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1928년 이후 85년 만에 가장 태양활동이 저조한 극대기가 될 듯하다.
'흑점 실종' 즉 태양활동 저조는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진다. 우선 태양이 고에너지 입자를 분출하는 '태양풍' 현상이 줄어들어 인공위성ㆍ전력망ㆍ통신망 등이 고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줄어든다.
무엇보다 지구 평균 온도를 낮춰 급속히 진행되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조금이나마 늦춰줄 것으로 기대하는 학자들도 있다. 태양풍이 줄면 지구의 자기장도 약해져 대기권으로 유입되는 태양방사선 양이 늘어난다. 이 태양방사선이 대기권에 수증기와 이산화황 막을 증가시켜 구름이 늘어나면서 태양열을 반사, 지구 온도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천문학자의 이름을 따 '마운더 극소기'로 알려진 17~18세기의 소빙하기 역시 흑점활동 둔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지만 흑점의 실종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다. 현재 과학수준은 태양활동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이유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태양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NYT는 "현재 태양활동 예측 능력은 주가 등락 예측과 비슷한 수준일 정도로 부정확하다"고 평가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