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사학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영국에서 최근 사립학교 출신들에 의한 엘리트 직종 독점 현상이 심화돼 계층간 수직 이동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까지 엘리트주의 타파에 나설 정도다.
영국 BBC방송은 21일 "법조, 의료, 언론, 정ㆍ재계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사립학교 출신 비율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 다변화에 따라 전문직종 수는 확대되고 있으나 이 직종을 차지하는 계층은 더욱 상류층에 한정되고 있는 것이다.
앨런 밀번 하원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판사의 75%가 사립학교를 졸업했고, 재무경영인(70%), 고위공직자(45%), 국회의원(32%) 사이에서도 사립학교 출신자들이 많았다.특히 의사나 변호사들은 국민 평균소득보다 70% 이상 소득이 많은 가정에서 집중적으로 배출됐다. 언론계도 상위 100개 언론사 고위직 가운데 사립학교 출신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사학의 강세가 이어졌다.
일반 학생들의 7%만이 사립학교에 입학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이런 현상은 사립학교가 다양한 교육방법으로 학생들의 지도력을 키워 사회참여 기회를 높여준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밀번 의원은 "현 추세라면 향후 전문직은 상위 30% 가정 출신의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BBC는 "공립학교에 비해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 졸업자들이 전문직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부유층이 사회적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총리는 21일 "사회 계층간 이동을 활성화하고 전문직에 대한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브라운 총리는 영국의 공교육 붕괴를 우려해 정부 산하 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위원회는 ▦기업들이 전문직 진출의 사다리가 되는 인턴십을 사회적 연줄 없는 중산층 자녀들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사립학교의 프로그램에 공립학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공립학교 수준을 높이고 서민층에 유리하도록 대학입학전형을 개선하는 등의 방안을 조사해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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