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바꾸고 싶은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교회의 현실입니다."
지난 1월 15일 서울교구장으로 취임, 재임 6개월을 넘긴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는 성공회를 포함한 국내 기독교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무감각'을 꼽았다. "너무 오랫동안 가랑비에 젖다 보니 닥쳐오는 상황의 위험성을 깨닫지 못하게 된 것 아닌가 싶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김 주교는 "기후변화나 생태 문제도 그렇고, 용산참사나 평택 문제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교회나 사회나 제대로 각성을 하기보다는 피로감에 짓눌려 방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용산참사 문제에 대해 "철거민들이 왜 그렇게 신나를 많이 가지고 올라갔느냐, 왜 폭력투쟁을 벌였느냐를 따질 국면은 지났다"며 "벌어진 결과에 대해 유족들을 다독이고 위로하겠다는 포용력, 또 대통령이 직접 가서 마음을 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성공회를 포함, 무감각해진 교회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부적으로는 생활신앙 운동을, 대외적으로는 선교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실이나 생활에서 괴리된 신앙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이슬람처럼 신앙을 좀 더 생활화하는 방안에 대해 교인들과 더욱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이어 "근세에 목숨을 걸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지를 향했던 성공회 선교사들의 정신과 활동은 이방 선교와 함께 교회의 영성을 강화하는 소금이었다"며 "이런 취지로 필리핀과 베트남 등에서 선교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주교가 해외선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추진 중인 해외선교는 필리핀에서는 한국에서 근로자로 일하다 귀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등 직업교육, 베트남에서는 8월26일 호치민 근교에 라이따이한들을 돕기 위한 베트남 화해센터 개관 등이 있다. 미얀마에서는 미얀마성공회 부제 1명과 남녀 신도 1명씩을 한국으로 초청해 유학비를 지원한다.
전세계에 약 1억명, 한국에는 6만∼7만여명의 신자가 있는 성공회는 철저하게 수평적인 조직이다.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가 성공회의 수장이지만 상징적인 리더일 뿐 주교 위에 군림하지 않고 일종의 조정자 역할만 한다.
김 주교는 "성공회에서는 상황신학의 입장에서 해당 지역의 역사, 문화, 사회상에 맞는 독자적 규칙을 만들어 운영한다"며 "따라서 대한성공회도 우리식의 개성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주교가 취임 이후 대한성공회의 개성과 관련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교회에 채색된 이데올로기적 색깔의 문제다. 그는 "어느덧 성공회 하면 '좌파'라는 편견이 자리를 잡았다"며 "그러나 성공회대 교수들이 학문적 입장에서 좌파 이론을 전개하는 것과 성공회 교인들의 성향과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서의 바탕은 사회민주주의적이지만 그렇다고 불필요하게 이념적 편향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건 교인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인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