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제2도장공장에서 두 달째 농성 중인 노조원들은 극심한 정신적ㆍ육체적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축된 식량과 식수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2,3주가 지나면 한계상황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 농성장을 이탈한 노조원들이 경찰과 사측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노조 집행부는 농성 중인 600여명의 노조원들에게 최근 1식1찬을 급식하고 있다. 밥도 주로 주먹밥 형태로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부로부터 생필품 반입이 차단되면서 비축된 식량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증거다. 경찰과 사측은 노조가 20일치 식량과 물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노조는 "그보다 훨씬 적은 양이 남았다"고 밝히고 있다.
20일부터 시작된 단수와 가스 차단도 농성자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노조원들은 여름철 무더위가 계속되는데도 제대로 씻지 못해 잠까지 설치고 있다. 화장실도 상수도관과 별도로 연결된 소화전을 끌어와 가까스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열악한 환경과 동료 직원들의 출근, 경찰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동요하는 노조원도 늘어나고 있다고 이탈자들을 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조 집행부의 단속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최근 노조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정신교육'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에서는 공권력 투입을 물리친 사례와 사측의 부당함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노조원들에 자신감과 농성 당위성을 고취시키고 있다.
또 수시로 비상을 걸어 자체 방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비상이 걸릴 경우 노조원들은 자기가 맡은 구역으로 가 새총을 쏘고 화염병 던지는 등 진압에 대비한 훈련을 하게 된다. 경찰이 별다른 자극을 하지 않는데도 노조원들이 주기적으로 새총을 쏘고 타이어에 불을 지르거나 화염병을 던지는 것은 이 같은 방어훈련 때문이라는 것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제2도장공장에는 여전히 외부인의 출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신교육 때 외부인사가 초청되고 있으며 일부 생필품 반입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공장 부지가 30만평에 달하다 보니 야간 개구멍 등을 통하면 어렵지 않게 공장 출입이 가능하다"면서 "이탈자들도 야간이나 새벽을 틈타 창문과 개구멍 등으로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이탈 노조원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동료들이 힘겨워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평화적으로 사태가 해결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 경찰, 컨테이너에 방염 처리 '진압 준비'
경찰이 22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동편주차장에 강제해산 작전 시 특공대 투입에 사용할 진압용 컨테이너 1개를 배치했다. 특공대 투입용 컨테이너는 2005년 오산 세교지구 진압 때 처음 사용된 이후 올 1월 용산 철거민 농성 진압에 사용돼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지는 참사를 빚은 바 있다.
이 컨테이너는 가로 7m, 세로 3m, 높이 3m 크기로 두께 5㎝ 정도의 강철판으로 돼 있고, 내부에는 경찰특공대 1개 제대(소대급 경찰 편제) 30여명이 동시에 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사방의 창문에는 새총으로 발사하는 볼트 등을 막을 수 있는 강철 그물망이 설치돼 있고, 앞뒤로 특공대 투입을 위한 출구가 한 면에 2개씩 나 있다.
출구에는 접이식 발판이 붙어 있고 지붕 모서리마다 크레인에 쇠사슬을 걸어 컨테이너를 들어올릴 수 있도록 고리가 설치돼 있다.
특공대원 3,4명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인화물질 투척과 화재 발생에 대비해 진압용 컨테이너에 방염작업을 했다. 경찰은 진압용 컨테이너 주변에 진입작전 시 장애물 제거 등에 사용하기 위해 추가로 크레인 2,3대를 배치했다.
한편 20일부터 공장 주변에 경찰특공대 100여명을 배치한 경찰이 이날 진압용 컨테이너까지 공장 안에 배치하면서 노조원 강제 해산작전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연습작전도 수행하지 않은 데다, 기습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는 통상 컨테이너 작전과 달리 이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찰 관계자도 "작전을 펼치려면 컨테이너를 크레인이나 헬기에 연결해야 하는데 여러모로 제약이 많다"면서 곧바로 작전에 들어가기는 어려운 형편임을 시인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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