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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 이름으로… 나이지리아 이메일 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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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 이름으로… 나이지리아 이메일 사기단

입력
2009.07.2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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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일을 하는 K씨는 지난 1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명의로 "이전에 당한 사기 피해금을 유엔 차원에서 보상해준다"는 영문 이메일을 받았다. 나이지리아 A은행에 연락하면 보상 절차에 따라 1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2004년 나이지리아인에게 사기를 당했던 K씨는 반신반의했으나 현지 관계자와 통화하고 자신 명의로 발급된 10만 달러 수표 사본까지 메일로 받자 철썩같이 믿게 됐다.

이후 K씨는 보상금을 받기 위한 각종 서류 작성 명목으로 350여만원을 송금했고, "유엔 직원인데 수표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 입국했다"는 나이지리아인에게 입국 비용과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2,400여만원을 보냈다.

그러나 K씨가 접촉한 이들은 국제 무대에서 '이메일 사기'로 악명 높은 '나이지리아 편지(Nigerian Letter)' 사기단이었다. K씨는 뒤늦게야 사기단에 속은 것을 깨달았지만 3,000만원 가까이 날린 뒤였다.

서울경찰청 외사3계는 22일 이 같은 수법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C(31)씨 등 나이지리아 출신 불법 체류자 2명을 구속하고 C씨 동생(24)을 불구속 입건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나이지리아 사기단 조직원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부터 나이지리아 현지 사기단과 공모해 영문 이메일을 국내에 뿌려, K씨를 포함해 전직 공무원, 중소기업 대표 등 3명에게서 각종 수수료 등 명목으로 모두 8,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았는데 후견인이 되어달라"거나 "아프리카 국가의 옛 통치자가 남긴 비자금을 찾도록 도와달라"는 등 다양한 내용으로 관심을 유도했다. 또 각종 서류를 정교하게 위조하고 현지 관계자와 통화하게 하는 등의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이들은 이렇게 챙긴 돈 중 85%를 사기단에 송금하고 나머지는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 C씨는 영국인 행세를 하며 서울시내 외국어학원에서 강사로도 일했다.

나이지리아 편지 사기는 1980, 90년대 나이지리아 사기꾼이 영미 기업에 엉터리 사업안을 적은 편지와 팩스를 보내 선금을 가로채면서 시작된 국제 범죄로, 이후 불특정 다수에게 이메일을 뿌리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송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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