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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중국이다] 1부 <9> 현지화로 수익성·건전성을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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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중국이다] 1부 <9> 현지화로 수익성·건전성을 높여라

입력
2009.07.2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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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요우리인항(友利銀行) 하면 열정적인 영업력과 '신뢰(信賴)'가 느껴집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올해 1월 20일. 우리은행 중국법인의 김희태 행장은 중국 대륙의 남쪽 끝 광둥(廣東)성 한 소도시에서 중국은행과 8억2,400만위안(1억2,000만 달러)의 자금차입 협약에 서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으로 치달으며 중국계 은행들이 앞 다퉈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하던 시점임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전역의 26개 현지 은행들을 잇따라 방문, 정교한 위기극복 전략을 목이 쉬어라 설명해온 중국우리은행의 열정적인 영업 스타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 열정ㆍ창의적인 인재풀

중국우리은행은 안팎으로 2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선 전 세계 은행 중 시가총액 상위 1~3위인 중국 공상ㆍ건설ㆍ중국은행 등 현재의 대형 은행들과 겨뤄야 하고, 브랜드 인지도면에서 큰 격차를 보이는 씨티ㆍHSBCㆍ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계 은행들과도 싸워야 한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려면 현지화를 통한 현장 중심의 영업력과 열정ㆍ창의적인 인재풀, 철저한 수익ㆍ건전성 관리 등 3박자가 조화를 이루는 게 필수적이다.

중국우리은행의 일선 영업점 직원들은 몇 천Km 떨어진 거래처를 직접 방문해 상담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예컨대 상하이(上海)지점 직원들의 섭외 반경은 중국 동북지방부터 서부내륙, 남쪽 광둥성까지 약 2,000Km가 넘는다.

이 같은 현장 중심의 영업 스타일과 직원들의 열정은 1995년 상하이에 첫 점포를 개설한 중국우리은행이 한국계 은행 중 선두를 달리게 된 원동력이다.

특히 창의적인 인재들이 만들어낸 아이디어 상품은 중국 금융시장에서 한국계 은행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중국의 일반 직불카드의 통념을 뛰어넘어 한국의 신용카드 서비스에 필적하는 직불카드 상품이다.

중국우리은행이 외국계 은행 중 여섯 번째로 선보인 직불카드는 출시 40여일 만에 8,000좌를 넘어섰으며, 올 연말이면 2만여 좌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재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고객 니즈를 적극 반영한 결과라는 게 중국우리은행 측의 설명이다.

● 현지화로 승부한다

중국우리은행에는 종종 한국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우선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중 처음으로 2007년 11월 현지 법인을 세웠다. 또 2008년 1월에 인터넷뱅킹, 그해 3월엔 중국 개인고객 대상의 위안화 영업을 처음 시작했다.

올해 5월에는 직불카드 업무를 개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계 은행 중 가장 먼저 영업 기반을 다지며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우리은행은 올해 초 파생상품 취급업무 인가를 신청, 현재 심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르면 9~10월께 선물환ㆍ옵션 등 파생상품과 개인고색 대상의 복합 재테크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또한 한국계 은행으론 처음 내놓는 것이다. 중국우리은행의 고객은 법인 전환 전 5,000여개 한국계 기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중국 고객 비중이 13%나 된다.

중국우리은행은 이제 장기적인 PB(프라이빗 뱅킹) 영업 전략을 짜고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중국의 '후룬(胡潤)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1,000만위안(약 2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자산가는 총 82만5,000명. 중국은 앞으로 5~10년 내 세계 최대의 PB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우리은행은 부유층 대상의 PB영업을 장기적인 성장 전략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PB영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현지 인력의 배양이다. 중국우리은행은 이미 베이징대와 칭화대, 남징대, 지린대 등 중국 주요 대학과 장학기금 설치 등을 통해 유대관계를 강화, 이 대학 출신들을 이사진과 부장급 이상 간부직에 포진시키고 있다.

또 한국계 은행 최초로 선전 푸티엔 지점에 중국인 점포장을 임명하고 100% 현지인력 채용을 단행했다. 이를 모델 삼아 향후 핵심 영업인력도 점차 현지인력으로 교체, 이를 통해 중국고객 비중을 향후 3년 내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수익성과 건전성, 두 마리 토끼잡기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홍콩중문대와 중국21세계경제지가 주관한 아시아은행 평가회에서 '아시아 최우수 리스크 관리 대상'을 받았다. 그 배경에는 중국우리은행의 우수한 수익성과 건전성이 큰 밑거름이 됐다.

실제 중국우리은행은 외국계 은행에 가장 까다로운 영업 분야인 예금 부문 실적이 2006년 1억1,000만달러에서 올해 8억4,000만달러로 75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우리은행은 지난해 자산 20억달러, 당기순이익 2,300만달러, 연체율 0%로 한국계 은행 가운데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김희태 중국우리은행장은 "수익성과 건전성은 은행경영의 핵심지표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며 "여기에 더해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인들과 함께 호흡하는 중국은행으로 자리잡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 중국우리은행 김희태 행장/ "중국 부유층 대상으로 PB영업 강화"

"2007년 중국법인 설립 당시엔 걱정이 많았다. 과연 유수의 글로벌 은행 및 큰 덩치의 중국계 은행과 어떻게 경쟁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러나 금융은 인적자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원들이 열정과 창의력만 충분히 발휘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고, 이제 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김희태(58ㆍ사진) 중국우리은행장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우리은행이 지난해 한국계 은행 중 최고의 실적을 거두며 고속 성장하고 있는 요인으로 직원들의 열정과 창의력을 꼽았다.

실제 중국우리은행은 법인 설립 초기부터 우리은행 최고의 전문가그룹 중에서 인재들을 뽑았고, 우리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김 행장 역시 세계경제의 중심인 뉴욕과 도쿄 등에서 국제금융 경험을 쌓은 전문가이다.

김 행장은 "현지 은행들의 전략이나 영업형태를 무조건 흉내 낸다고 해서 현지화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자신의 강점을 살리면서 현지 기업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지화의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중국우리은행이 법인 설립 후 최우선적으로 신상품 준비와 우수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능력도 갖추지 못한 채 무턱대고 고객을 유치할 것이 아니라,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만 그들이 다시 찾을 것이라는 김 행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김 행장은 "중국우리은행이 글로벌 은행이나 중국계 은행에 비해선 영업과 상품 범위가 좁은 게 사실"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리은행이 장점을 가진 상품과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 줄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강점이 있는 한국기업에 대해서는 영업력을 강화하고 현지화를 통해 중국 고객들을 늘리는 쪽으로 타깃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우리은행은 현지 법인을 설립한 4개 한국계 은행 가운데 업무 범위나 상품 면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재 중국 개인 고객 대상으로 영업이 가능한 한국계 은행은 우리은행을 포함해 2곳에 불과하고, 직불카드를 통해 타행에서 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특히 중국우리은행은 산둥(山東)성의 중소형 은행을 인수, 화둥(華東) 지역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추진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김 행장은 중국우리은행의 비전에 대해 "이제 한국계 은행끼리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대중 마케팅을 하는 중국계 은행이 아니라, PB업무를 강화해 부유층을 집중 공략하는 씨티나 HSBC같은 글로벌 은행들이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혹은 그 이상이 걸려도 서두르지 않고 중국 금융시장에서 차분히 우리은행의 위상을 쌓아올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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