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살고 있는 이모(52)씨는 최근 간암 초기 진단을 받고 곧바로 서울의 한 유명 대학병원을 찾았다. 청주에도 대학병원이 있지만 암과 같은 중병은 아무래도 서울의 치료 수준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급 의료진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울로의 의료집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1일 발표한 '의료기관 수입구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종합전문요양기관급 20개 대학병원이 서울 이외 지방 환자들을 진료해서 올린 수입이 전체 수입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 진료수입 3조103억원 가운데 1조4,959억원(49.7%)이 지방환자를 진료해서 번 돈이었다. 2006년보다 27%(3,980억원)나 급증한 것이다.
또 대학병원을 포함한 서울의 전체 의료기관 기준으로도 지난해 총 진료수입(6조9,399억원)의 36.2%인 2조5,111억원이 서울 이외 지역 환자들을 진료해서 올린 수입으로 2006년의 33.2%보다 높아졌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외래진료보다 입원진료에서 두드러졌는데, 이는 중증질환 치료가 많은 입원 환자일수록 의료기관 접근성보다는 고급 의료서비스를 찾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종합전문요양기관급 대학병원이 없는 지역일수록 환자들이 서울로 몰리는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의 경우 종합전문요양기관 진료를 받고 있는 100명 가운데 89.2명이 서울에서, 3.5명이 부산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다. 울산은 100명중 46.6명이 서울에서, 31.4명이 부산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충북은 종합전문요양기관급 대학병원(충북대병원)이 청주에 있지만, 100명 가운데 가장 많은 42명이 서울의 대학병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역시 아주대병원(수원)이 있지만, 100명중 72.3명이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다.
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황라일 연구위원은 "이러한 현상은 서울이 나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서울 집중화가 의료비를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저평가 된 지역 의료기관을 홍보하는 한편, 실제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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