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된 이래 정국 긴장과 사회적 논란을 부른 미디어 관련 3법이 어제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 의원들의 거친 몸싸움 속에 미디어법이 겨우 35분 만에 강행 처리되는 장면은 7개월 넘게 이어진 논쟁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다.
오랜 논쟁과 협상을 거치고도 여야가 끝내 합의처리에 실패, 힘의 논리로 흐를 수밖에 없었던 데서 18대 국회의 수준을 다시 드러냈다. 찬반 의사와 그 이유를 분명히 밝히되, 주먹이 아닌 말로 대결하는 국회의 모습은 여전히 요원했다.
지난해 외통위 폭력사태의 교훈을 벌써 잊은 듯 본회의장 안팎에서 실력행사가 난무했다. 여야 의원들이 고함과 욕설을 주고 받으며 밀고 밀친 본회의장 안의 풍경도 답답했지만 밖은 더했다. 여야 의원과 보좌진이 뒤섞여 패싸움을 하듯 맞붙은 것은 물론이고, 경찰 저지선을 뚫고 의사당에 들어온 언론노조 관계자들까지 난장판에 뒤엉켜 들었다. 그 동안의 여야 협상 경과로 보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TV로 생중계된 현장의 모습은 한심하다 못해 실소를 자아낼 지경이었다.
생생하게 중계된 '또 난장판 국회'
미디어법 강행처리 후 여야 지도부는 각각 상대방의 행태에 대한 분노와 반감을 강하게 피력했지만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여당은 이른바 '방송 장악'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야당 주장, 당내 비주류의 견해 등을 감안한 최종 수정안에도 야당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직권상정을 통한 강행처리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야당은 신문사와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및 뉴스전문채널 참여 가능성이 제거되지 않아 합의가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주장에 대한 견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디어법과 아무런 이해관련이 없는 우리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노력한 흔적이 있다.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방송 겸영이 2012년 말까지 미뤄져 정치적 의혹이 희석됐고, 방송 분야별로 대기업과 신문사가 가질 수 있는 지분도 많이 낮아졌다. 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막바지에 제기한 사전ㆍ사후 규제도 도입됐다. 기술변화에 따른 방송산업 구조 재편의 필요성과 특정 신문사나 대기업의 '여론 독과점' 제한 요구가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었다. 그런데도 타협의 가능성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여야의 충돌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미디어법 논란에서 그 영향력이 신문에 조금도 뒤지지 않고, 선거를 비롯한 중요한 시기에는 더욱 영향력이 커지는 방송의 실상은 제외됐다. 방송시장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뜻과 그것을 깨려는 의사의 충돌이라는 측면까지 함께 배경에 넣어 거론됐더라면 현재의 극단적 대결은 피할 수 있었다. 논란 참여자들의 일방적 주장이 여론에 주름살을 지우지 않았는지 모두 되돌아볼 일이다.
반발ㆍ후폭풍 잘 해소할 수 있어야
미디어법 강행처리는 오랜 줄다리기에도 불구하고 여야 사이에 감정의 골만 깊게 패였음을 확인시켰다. 그래서 앞으로의 정국이 걱정스럽다. 여야는 앞으로 한동안 냉랭한 대치를 계속할 것이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이만저만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의원직 사퇴 결행을 다짐하면서 후속 장외 투쟁을 선언, 적잖은 사회적 파장을 예고했다.
더구나 방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재석의원이 의사정족수에 미달했는데도, 김형오 국회의장 대신 사회를 맡은 한나라당의 이윤성 부의장이 '표결 종료'를 선언했다가 뒤늦게 의사정족수 미달에 따른 '표결 불성립'을 이유로 재투표를 실시하는 해프닝도 빚었다. 민주당은 이를 절차상의 하자로 들어 방송법 개정의 '원천무효'를 주장했고,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리투표 여부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불사할 방침이다.
한편 논리적 정당성과 합리성을 떠나 오랫동안 '미디어법 결사저지'를 다짐해 온 언론단체와 사회단체 등의 허탈함도 크게 마련이다. 야당과 함께 이들이 벌일 후속 투쟁은 사회적 논란을 길어지게 할 수 있다. 논란의 장기화를 막아야 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책임이다. 현재 검토하고 있다는 내각과 청와대의 인적 쇄신을 최대한 앞당기고,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한결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 착실한 실천만이 국민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