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이 살벌한 전쟁터가 돼 버렸다. 지난 20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이 공장 내 노조사무실에 대해 퇴거명령을 집행하려다 포기한 이후 사흘째 경찰과 농성 노조원들 사이에 강제진입과 폭력저항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력이 개입해 공장 일부에서 직원들이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지만 농성 노조원들의 극렬한 반발로 사태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경찰이 불가피하게 강제 해산에 나서게 되고, 그러다 혹 용산참사와 같은 불상사가 재현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
회사측이 제시한 타협안이나 정부가 권유한 중재안 등에 대해 일방적 주장만을 내세우고 법원의 명령까지 물리력으로 거부하고 있는 농성 노조원들의 고집에 일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난 주 초 제시된 회사측의 최종타협안은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노조측이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었다. 농성 노조원 당사자들은 물론 다른 동료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회사가 자구노력을 해볼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는 당초의 요구사항만 주장하며 이를 즉각 거부했고, 오히려 법원의 강제집행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화물질이 가득한 도장공장에서 옥쇄농성을 선언한 뒤, 사제 대포와 대형 새총 등을 쏘아대고 있다. 인명을 해칠 수 있을 만큼 위험하고 끔찍한 무기다.
이렇게 중무장한 채 법원 명령을 집행하려는 경찰과 '사생결단'의 전투를 벌이려 하고 있으니 이미 협상을 위한 농성 차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은 쌍용자동차는 물론 수많은 협력 업체들과 평택 시민, 노조원 자신들에게 돌아갈 피해만 키우고 있다.
2개월 가까이 공장이 폐쇄돼 경제적 손실이 벌써 수천억 원에 이르렀고, 쌍용자동차에 대한 각계의 구원 노력에도 힘이 빠져가고 있다. 공장 일부분의 업무가 회복돼 1,500여명의 직원이 회생의 불씨를 살리고 있으니 아직도 희망은 있다. 하지만 법원의 명령이 경찰의 물리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현실적 상황에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는 노조의 지혜만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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