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중인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이 처음 실시한 2009학년도 2학기 관련 전공 신입생 모집 결과, 대부분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22일 나타났다.
각 대학들은 보통 1학기 70%, 2학기 30%로 정원을 나눠 신입생을 뽑게 되지만, 2학기 미달사태로 올 하반기 실시되는 2010학년도 1학기 신입생 모집 결과가 주목된다. 2학기 모집에서도 무더기 미달될 경우 앞으로 5년간 총 8,250억원이 투입될 초대형 국책 사업이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각 대학에 따르면 올해 2학기 신입생을 모집을 끝낸 13개 대학은 26개 학과 및 전공에 총 296명을 선발했다. 1ㆍ2학기를 합친 이들 대학 총 모집정원은 934명이다.
서울대의 경우 모두 7개 전공 신입생을 모집했으나 모두 정원에 미달했다. 석사과정생 27명을 뽑을 예정이던 바이오모듈레이션전공은 3명만이 지원해 0.1대 1의 극히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멀티스케일기계설계전공도 박사과정 15명을 모집할 예정이었으나 9명만이 지원했다. 서울대 측은 "4개 학과ㆍ전공에 대해 추가모집을 실시했으나 석사과정 11명만이 추가로 지원했을 뿐 박사과정 지원자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학도 비슷했다. 연세대 계산과학공학과 석·박사과정 경쟁률은 각각 0.35대 1, 0.2대 1에 그쳤고, 포스텍(포항공대) 또한 3월부터 모집을 시작했지만 지원자수는 37명으로 2학기 모집정원(70명)의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 한양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도 지원자수가 정원에 훨씬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대학들은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교과부가 2학기부터 WCU 사업에 참여할 해외학자 입국에 맞춰 신입생 선발을 허용하는 바람에 사전 준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 사립대 교수는 "신설 전공이 모두 첨단 융합 연구분야로 이름도 생소한데도 기본적인 홍보 조차 안됐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도 "각 대학이 WCU 신설 학과를 충분히 알릴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WCU 연구 분야와 학과 및 전공이 지원자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는 것도 미달사태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대의 한 대학원생은 "미래가 불확실한 신생 분야를 공부하면 진로가 불투명하고, 5년 뒤 사업이 끝나 정부 지원이 끊길 경우 소속 학과와 전공도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교과부는 정원의 70% 이상을 모집하는 내년 1학기에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과부는 내년 1학기부터 우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BK(두뇌한국) 21사업 수준의 학생 연구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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