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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강행 처리/ 한나라 선제공격… 승부 초반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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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강행 처리/ 한나라 선제공격… 승부 초반 갈려

입력
2009.07.2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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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이모저모이윤성 부의장, 42분만에 일사천리丁대표 "미디어법 못 지켜 미안" 울먹… 자유선진당 입장도 못하고 발길 돌려

미디어법 처리는 여야 간 몸싸움과 고성이 난무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8개월여를 끌어온 법안전쟁치곤 승부는 쉽게 갈렸다. 자연 양당의 명암도 극명히 엇갈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22일 오후 미디어법 등을 단독 처리한 뒤 손뼉을 치고 서로 악수를 하는 등 자축하며 퇴장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장을 뜨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애국가를 불러야 했다.

지난해 말 법안 전쟁과 달리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한나라당 신성범 원내대변인은 오전 9시15분께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이에 따라 100여명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선점했다.

허를 찔린 민주당은 당직자와 보좌진을 소집했고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미디어법 직권상정 규탄대회를 가졌다. 그러나 오전 11시께 김형오 국회의장은 김양수 비서실장을 통해 "미디어법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며 직권상정 방침을 선언했다.

방어 인력이 부족한 민주당은 30여명의 여성 당직자들이 본청 진입을 시도하며 경비대의 주위를 뺏던 틈을 타 남성 보좌진 100여명이 당 대표실 창문을 통해 본청에 진입, 방어선을 구축했다. 민주당의 전략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진입 저지였다. 본회의 개회를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수(148명)의 출석이 필요한데 본회의장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이 100여명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본회의장 출입구 6곳에는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이 분산 배치됐다. 방어선 구축 직후 오전 11시40분께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이 본회의장 진입을 위해 전동 휠체어를 타고 로텐더홀에 앉아 있던 민주당 당직자를 향해 돌진하는 바람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다른 출입구에서도 국회 경위와 민주당 당직자들 간 몸싸움이 이어졌다.

본청 정문을 지키던 국회경비대가 오후 1시께 민주당 당직자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자 민주당 이미경 추미애 의원이 철거를 요구했다. 그 사이 한나라당 보좌진 70여명은 국회경비대의 저지 없이 창문을 통해 국회 본청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본회의장 출입구에 탁자와 소파 등으로 진지를 구축했다. 나흘째 단식 중인 정세균 대표도 로텐더홀로 나와 김 의장의 직권상정 포기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마자 한나라당 보좌진은 본회의장 출입문으로 달려들면서 양측은 격렬한 몸싸움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노영민 의원과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 및 양측 보좌진이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오후 2시30분께 국회 본청 밖에서 농성 중이던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 20여명이 본청에 진입, 민주당에선 잠시 원군을 얻는 듯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결기도 만만치 않았다. 한나라당 보좌진은 오후 3시30분께 3층 의원식당 쪽 출입구를 집중 공략, 민주당의 저지선을 뚫는 데 성공했다. 한나라당 보좌진은 환호성을 질렀고, 이틈을 타 이윤성 국회부의장과 한나라당 고흥길 나경원 조윤선 의원 등이 보좌진의 호위 속에 본회의장에 진입했다.

이 부의장은 오후 3시34분께 김형오 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겨받아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둘러싸고 민주당 의원들과 육탄전을 벌였다. 민주당으로서는 한나라당의 저지선을 뚫기에 역부족이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의장석을 향해 뛰어올랐으나 번번히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저지당했다. 야당의 육탄 저지 속에 상정된 신문법과 방송법, IPTV법, 금융지주회사법에 대한 표결처리가 진행됐다.

방송법 투표 과정에서 이 부의장은 "투표 종료"를 선언한 이후 "재석의원이 부족해서 표결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투표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야당 의원들과 방청석에 있던 민주당 당직자들은 "방송법 부결"을 외쳤으나 회의는 4개 법안을 처리하고 42분 만에 산회됐다.

본회의 직후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회가 국민에게 송구스러운 모습을 보여서 참담하다"며 "국회 정상화를 위해 소수의 폭력이 사라지고 다수결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로텐더홀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24일까지 본회의장에서 의원 전원 항의농성에 돌입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대표는 "미디어법을 못 지켜 미안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한편 다른 야당과 달리 표결에 참석하고자 했던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이날 여야 간 극한 대치로 인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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