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임원들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들에게 소송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만한 거액의 소송비용 공탁을 요구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정용진 부회장 등 5명의 신세계 전ㆍ현직 임원들이 자신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들에게 "배상청구금액(189억5,000만원)을 기준으로 4억4,000여만원의 소송비용 담보를 제공하라"며 낸 신청을 기각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은 "주주대표소송 소송비용을 소송을 제기한 배상액수를 기준이 아니라 인지규칙상의 소정의 소가인 5,000만100원을 전제로 산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1심은 정 회장 등의 신청을 받아들여 소액주주들에게 4억4,000여만원을 법원에 공탁하라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민사소송 등의 인지규칙에 따르면 주주대표소송은 소가를 산출할 수 없는 소송이므로 규칙에 따라 소가는 5,000만100원으로 봐야 한다"고 결정했다.
항소심은 소가 5,000만100원을 기준으로 변호사 보수, 송달료 등 본안소송 3심이 진행될 경우의 가액을 산정해 1,000여만원만 공탁하면 된다고 결정했다.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대주주인 신세계가 저가로 발행된 신주를 인수하지 않고 실권한 뒤 해당 실권주를 인수해 광주신세계 상장 이후 189억5,000만원의 이득을 얻어 배임 논란이 일었다.
경제개혁연대와 신세계 소액주주인 해외법인 T사는 "정 부회장 등 임원들의 의사결정으로 신세계가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8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고, 정 부회장 등은 T사가 해외에 있다는 것을 이유로 소송비용 담보를 요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주주대표소송의 공익성을 인정한 대법원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주주대표소송은 승소하더라도 회사에 배상액이 돌아가기 때문에 소송을 낸 소액주주에게 직접적인 이익은 없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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