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탈옥수 신창원(42)씨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재판이 철통 같은 경비 속에 22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42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은 신씨가 디스크 치료 기회를 제때 주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2월 1심서 일부승소(500만원) 판결을 받았으나 불복하고 항소한 데 따른 것이다.
신출귀몰한 탈주행각을 벌인 중범죄자인 만큼 호송작전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신씨를 수감 중인 경북 청송제3교도소는 재판 전날 신씨를 대구교도소로 옮겨 하룻밤을 재운 뒤 22일 오전 11시5분께 대구지법 42호 법정에 출석시켰다. 1명을 이송하는데 대형호송버스를 동원했고, 호송 교도관도 10명에 달했다.
재판이 열린 10여분 동안 법정 안팎에는 교도관 10명과 법원 경비대 5명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탈주극을 벌일 것을 우려해 수갑과 포승줄 사용을 요청했지만 재판부가 불허하자 인의 장막으로 퇴로를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씨의 다리를 검은 천으로 가린 점으로 미뤄 다리에 포승줄을 맸을 것으로 추정됐다.
신씨는 강도치사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던 1997년 1월20일 부산교도소 감방 화장실 쇠창살을 절단하고 탈옥한 뒤 2년 여 동안 신출귀몰한 도피생활을 하며 9억8,000여만원의 금품을 훔치다 99년 7월 붙잡혀 22년6월의 징역형이 추가됐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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