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농구팬들은 프로농구 비시즌 동안에는 농구 소식을 접하기 어려울 것 같다. 프로농구의 근간을 이루는 중고, 대학농구도 점점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갈 것이다. 야구와 축구의 인기에 밀리고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는 영광도 배구에 넘겨줄 위기에 처한 농구가 근간부터 흔들릴 수 있는 위기다.
이러한 위기는 그나마 농구 마니아 층을 독자층으로 한 국내 유일의 농구 전문잡지 '점프볼'이 존폐위기에 처하면서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점프볼'을 벼랑 끝으로 몰아 넣은 장본인은 다름아닌 프로농구의 수장 전육 총재다.
지난 2000년 1월 창간한 점프볼은 창간 당시부터 한국농구연맹(KBL)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충당해 왔다. KBL은 매 달 1,000만원에서 1,500만원씩, 현재까지 18억원 가량을 점프볼에 지급했다. KBL 사업비 중 구단지원금 명목으로 책정된 예산 중 각 구단별로 매달 100만원을 갹출해 점프볼에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KBL은 점프볼 측에 지원금 지급 중지를 통보했다. 각 구단의 사전 동의가 없었던 강행이었다. 현재 자구노력 중인 점프볼은 수익성이 맞지 않을 경우 폐간한다는 방침이다.
KBL 관계자에 따르면 전 총재의 입장은 "특정 매체 지원을 없애고, 기존 매체 홍보를 강화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전육 총재의 이런 결정 배경은 자신이 취임한 지난해 10월, 점프볼이 게재한 김영수 전 총재 특집기사에 대한 반발 때문 인 것으로 알려져 농구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농구계 관계자는 "사실상 그 특집기사로 인해 총재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 점프볼은 KBL의 기관지나 다름없는데 순순히 말을 듣지 않으니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식"이라고 전했다.
점프볼 측은 "김인양 사무처장을 비롯해 각 팀장들이 매달 기획회의에 참석해 아이템을 쥐락펴락했다. 아마 농구 아이템은 제외되기 일쑤였다. 근본적으로 농구발전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집단"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점프볼의 자성이 부족했던 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10년 동안 지원이 이뤄졌는데 전혀 자생력이 갖춰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운영비의 60%정도를 지원하는 KBL의 간섭은 어느 정도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덜컥 지원금을 중단해 유일한 농구 전문잡지를 존폐위기에 처하게 한 전육 총재의 근시안적 발상은 어떤 설명으로도 비판을 면키 어렵다. KBL 총재는 단지 프로농구 만이 아닌, 한국농구 전체의 발전을 주도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자리임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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