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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균 조달청장, "서비스 정신 무장한 꼿꼿한 선비 돼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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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균 조달청장, "서비스 정신 무장한 꼿꼿한 선비 돼달라"

입력
2009.07.2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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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6개월을 맞은 권태균(54) 조달청장이 최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A4용지 8장 분량의 이메일에는 부임 6개월의 소회와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설명하면서 "선비정신을 겸비한 상인이 될 것"을 주문했다.

공무원들에게 상인이 되라는 조금은 생뚱맞은 주문이지만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수긍이 간다. 조달청은 정부기관들이 필요한 물품 조달과 공사입찰을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당연히 다른 기관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입장. 권 청장은 "날로 자율화하는 조달여건에서 직원들이 적극적인 마케팅과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인정신과 함께 공직자로서 선비정신을 겸비할 것도 요청했다. 마케팅은 상인처럼 전력투구 하되, 선비 같은 꼿꼿한 자세로 바르지 않은 일에 타협하지 말고 당당하게 임하라는 의미다.

권청장은 부임 후 '시끄러운 조직'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수직적 위계질서 속에 윗사람의 지시를 묵묵히 수용하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밝히고 토론을 통해 최적의 방안을 찾을 때 직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바쁘게 움직인다"는 이유다.

개방된 조직을 만들기 위해 하반기 슬로건도 '경제 살리기와 녹색성장, 열린 조달청이 앞장서겠습니다'로 바꾸며 '열린'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용어를 바꾸면 마음과 행동도 따라서 변한다"며 "나부터도 열린 조직을 만들기 위해 자세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직원들을 큰 소리로 몰아치지 않는다. 조용한 말로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의 맥을 짚어주는 스타일이다. '부드럽고 섬세한 전략가 스타일'이라는 게 직원들의 일치된 평이다. "과거에는 내가 제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을 했지만 나이를 먹으며 내가 모두 다 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며 "큰 줄기는 꼼꼼하게 짚어주지만 나머지는 직원들이 알아서 하도록 자율성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조달청 업무는 4대강 살리기와 녹색성장 산업 지원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경부고속도로나 서울외곽순환도로도 건설 당시에는 진통을 겪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사랑하는 길이 됐다"며 "4대강 사업도 먼 훗날 필요성을 공감할 것"이라고 성공을 자신했다.

4대강 살리기 공사비 22조원 중 조달청이 집행하는 액수는 6~7조원 규모. 예산낭비와 중복투자 방지와 함께 녹색뉴딜사업의 특성을 살려 친 환경ㆍ녹색건설 기술이 제대로 적용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으로 환율방어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던 경험을 살려 원자재 비축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원자재의 92%를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원자재 파동에 대비해 필요한 물자를 가격이 오르기 전 미리 확보해 비축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21일 수준에 그쳤던 원자재 비축을 40일치로 늘리고 특히 에너지ㆍ환경 등 신성장 동력산업에 필요한 리튬, 마그네슘 등 희귀금속과 고철 등의 비축에 신경을 쓰고 있다. "몇 개월 뒤 환율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점쟁이나 신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우리가 하는 것은 최대한 노력해서 분석하는 것"이라며 "원자재 시장도 어렵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고교시설 급훈 가운데 '자유인'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그는 "관료생활을 그만둔 후 법률회사의 '뒷방 늙은이'는 되고 싶지 않다"며 "창의력을 발휘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민간서비스기업 최고경영자를 한번 해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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