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직후 노조 위원장 신분으로 적극적인 외자 유치에 나서 회사를 살려냈던 사업가가 이번에는 종업원의 일자리를 지켜낸 공로로 정부 포상을 받았다.
노동부는 22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이영희 장관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을 갖고 부산지역 중견 철강업체인 YK스틸 최창대(54) 사장에게 노사협력ㆍ양보교섭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한 공로로 '노사 한누리상'을 수여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최 사장은 2009년 매출급락으로 대량 해고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상생경영을 통해 일자리를 지켜냈다.
동종업계 기업은 일부 직원에 대한 감원으로 대응했으나, 주문 급감으로 공장을 수시로 멈출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며 단 한 명의 근로자도 해고하지 않았다. 최 사장은 이에 앞서 지난해 6월에는 기능직 근로자의 정년을 만 57세에서 59세로 연장하는 등 파격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최 사장의 경영행태가 일반 경영자와 180도 다르듯이, 그의 인생 역정도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지금은 매출액이 8,000억원(지난해 기준)을 넘어서는 기업의 사장이지만 30년전만 해도 그는 YK스틸의 모태가 된 금호산업의 현장 직원에 불과했다.
현장에서 성실하게 경력을 쌓은 최 사장은 1995년에는 주위의 권유로 노조위원장이 됐고, 외환위기 수습과정에서 경영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금호산업을 인수한 한보철강이 97년 부도 처리된 뒤 회사가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되자, '회사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최 사장은 "주인 없는 기업에서 일자리를 지키려면 노조위원장이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으니 청산해야겠다'는 채권 금융기관과 법원을 찾아 다니며 시간을 버는 한편,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인수가능 업체를 찾아 다녔다. 이 과정에서 국내선 항공편 이용만으로 마일리지가 30만마일이 쌓일 정도였다.
그는 결국 일본 야마토 공업의 이노우에 히로유키 사주와 만나게 됐다. 이노우에 사주는 처음에는'노사분규가 심한 나라'라고 고개를 내저었으나, 최 위원장의 끈질긴 설득으로 회사 인수에 동의했다. 인수와 동시에 이노우에 사주는 회사 이름을 YK스틸로 바꾸는 한편, 인간적 신뢰가 쌓인 최 위원장을 전무로 영입한 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최 사장은 "기업에 기여한 공이 큰 직원들을 배려하고, 그들이 회사에 애정을 갖고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며 "매년 회사 이익의 7% 가량을 종업원에게 되돌려 주는'이익배분제'를 시행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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