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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슈퍼 확대에 중소상인 반발 확산/ "대기업이 골목 구멍가게 목을 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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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슈퍼 확대에 중소상인 반발 확산/ "대기업이 골목 구멍가게 목을 죄니…"

입력
2009.07.2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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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주택가 골목길까지 파고드니… 도랑에 투망질을 하는 격이지."

22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문시장 골목. 1주일 전 기업형 슈퍼마켓(SSMㆍSuper Supermarket)의 침투에 맞서 가게 문을 닫는 '철시 시위'를 벌였던 상인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이 재래시장은 6년 전 2차로 도로 건너편에 대형마트가 들어온 뒤 350개 점포 가운데 60%가 넘는 220여개가 폐업한 아픈 기억이 있는 곳. 현재 영업 중인 130개 점포도 절반 가량이 개점휴업 상태다.

조광호(83)씨의 야채가게에 사람들이 모이자 최근 홈플러스가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SSM 개점을 보류한 것이 화제에 올랐다. "그게 다 쇼지. 정부에서 나서려니까 선수친 거라고." 식품재료상 이승진(47)씨가 핏대를 올리자 고추방앗간을 하는 김선례(51)씨가 거들었다.

"맞아요. 여론이 좋지 않으니까 '소나기는 피하자'고 잠시 물러섰다가 다시 시작하려는 속셈이라니까요." "방법 없어. 앉아서 죽지 않으려면 죽어라 싸워서 못 들어오게 막는 수밖에." 서문시장에서만 40여년간 장사했다는 조씨가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 지역 상인들 반발 전국 확산

대형 유통업체들의 SSM 영업 확장에 전국의 중소 상인들이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대형마트 진출 이후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상인들은 이들이 아파트 단지나 골목 상권까지 넘보자 연일 반대 집회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홈플러스가 인천 옥련동에 SSM을 열려다 지역 상인들 반발에 부딪쳐 개점을 보류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인천지역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옥련동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입점 저지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형마트들이 SSM 영업 확대를 예정대로 착착 진행하고 있다"며 "개점 철회나 이에 준하는 상생 협약안을 내놓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시민단체와 소상공인들도 지난 20일 부산시청 시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국회가 공룡자본으로부터 영세 상인을 보호하는 법을 조속히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홈플러스 불매 운동이 범 시민운동으로 벌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청주점이 5월 24시간 영업을 시작한 데 이어 SSM까지 잇따라 여는 등 가장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경동 일대 아파트 주민들은 22일 오후 홈플러스 주차장 입구에서 불매 운동 동참을 선언하고 시위를 벌였다.

■ 골목상권 지키기 선봉에 선 청주

지난 15일 청주에서 벌어진 '철시 시위'에는 12개 재래시장 및 동네 슈퍼마켓 상인 등 5,000여명이 참여했다. 17일에는 상인 200여명이 청주세무서에 찾아가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했다. 충북 경실련 등이 참여한 '충북 민생경제살리운동'은 "기업형 슈퍼가 입점하는 동네별로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실력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음달 SSM이 들어설 예정인 개신동 성동신협 사거리 주변에 대해 지난 19일부터 8월15일까지 집회신고를 해놓았다. 매일 반대 집회를 열어 개점을 막겠다는 것이다.

청주지역의 반발이 특히 거센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인구 63만명인 청주에는 대형마트 7개가 영업 중이다. 점포당 인구가 9만명으로 전국 평균 15만명보다 밀집도가 훨씬 높다. 이런 마당에 골목 상권까지 파고들자 중소 상인들의 위기감이 극에 달한 것이다.

실제 개신택지개발 지구 내 K마트는 한 달 전 인근에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생긴 뒤 매출액이 60%나 줄었다. 주인 이성문(52)씨는 "15년간 해온 장사를 접어야 할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슈퍼마켓뿐이 아니다. SSM에서 빵과 문구류까지 취급해 인근 빵집, 문구점 등도 타격을 입었다. 부동산중개사 김성동(43)씨는 "자본이 두둑한 기업형 슈퍼들이 건물세를 2, 3배 올려놓아 기존 상인들이 이중 삼중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혀를 찼다.

■ 지방자치단체도 대책 마련 고심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대형마트와 SSM의 입점을 제한하기 위해 현행 2,000㎡까지인 준 주거지역의 판매시설 허용 면적을 1,000㎡로 줄이는 등 도시계획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산시도 일반주거지역의 판매시설 면적을 제한하는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청주시의회는 대형마트 입점시 지역의 중소 상공인과 재래시장 대표, 소비자단체가 참여해 지역상권에 미치는 영향조사를 거치도록 하는 '지역상권보호 촉진 조례안'을 제정할 참이다.

하지만 이들 조례는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고 강제성도 없어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충북도 이학재 시장개선팀장은 "SSM 확산에 따른 지역 상권 피해가 크지만 이들의 진출을 실질적으로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충북경실련 이두영 濚ッ냅揚?"정부와 국회가 하루빨리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을 통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합리적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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