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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진의 미디어 비평] 뉴라이트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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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진의 미디어 비평] 뉴라이트의 '무한도전'

입력
2009.07.2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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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은 무한히도 다른 장르, 프로그램을 끌어온다. 광고, 영화, '미드', 소설, TV, 라디오, 스포츠…. 도대체 먹어치우지 않는 장르,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로 그 대상이 다양하다.

끌고 들어온 다른 텍스트들을 영리하고 깔끔한 매너로 먹어치운다. 팬들은 다른 텍스트를 끌고 들어와 배치시키는 '무한도전'의 '상호텍스트성'에 환호하고 그 안에 담긴 다양함, 영리함, 그리고 깔끔함을 즐긴다.

'무한도전'은 생각보다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평균 이하라는 출연자들의 개인적 이야기 구조가 있고, 그들 간의 미묘한 경쟁 구조도 있다. 그런가 하면 그들을 지켜보는 제작자의 이야기 구조도 포개져 있다.

간혹 누구의 시선인지 알 수 없으나 팬들의 시선인 것처럼 존재하는 독백 구조도 있다. '찌질해' 보이는 출연자들에 복잡계적 이야기 구조를 얹어놓은 묘한 골조를 취하고 있다.

다른 텍스트를 끌고 들어오는 데 열중한 탓에 '무한도전'은 연령별로 고르게 어필하지는 않는다. 최근 대중문화 경향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층에게는 '무한도전'은 지루하거나 유치할 뿐이다.

이해 못할 인기라며 탄식하는 소리도 낼 법하다. 상호텍스트성을 잘 이해하는 젊은층은 복잡성을 잘 꾸려놓은 영리함과 깔끔함 그리고 다양함을 즐기며 자신에 맞는 의미를 찾고 즐긴다.

상호텍스트성의 '무한도전'과는 전혀 상호연관성을 맺지 않을 법한 뉴라이트의 도전이 화제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무한도전'의 정치성에 주목하고 이를 비난했다고 한다. 몇몇 장면과 자막을 통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일까지 행했다고 지적했다.

"인기를 이용해 국민들의 생각을 오도하고 변질시킬 위험"이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경고했다. '뇌용량 1.9메가' '광우병 송아지' 등의 자막을 구체적 증거로 들고 있다.

뉴라이트의 비판은 만화 형식을 빌렸다. 'MBC를 응징한다'라는 큰 제목의 만화에는 그 내용에 대한 찬반 댓글이 달려 있었다. 많은 이들이 몰려와 사이트에 글을 남겼으니 뉴라이트가 오락프로그램을 정치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엔 성공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그 비평의 표피적 성패 여부를 떠나 비평의 책임성 논의는 뒤따라야 할 것 같다.

상호텍스트성으로 사는 프로그램은 세상에 떠도는 말, 장면들을 주워 먹는 것이 업이다. 길게 말하지 않고 촌철살인할 말들을 따먹으며 프로그램을 꾸려간다.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지만 상호텍스트성에 덜 기대고 있는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는 늘 스스로 내용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밤새도록 복불복 게임, 식사당번 게임, 기상 게임을 담아야 한다. '무한도전'은 훨씬 더 '찌질한' 게임을 벌이며 그 위에다 온갖 장르적 장치와 말놀이를 갖다 붙이는 것으로 마감한다.

상호텍스트성을 잘 구사한다는 말은 '무한도전'이 팬들과 감수성 교감을 잘 하고 있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무한도전'이 팬들에게 영향을 준다기보다 팬으로부터 더 영향을 받았다는 편이 더 옳아 보인다. 그 복잡한 교감에 비하면 뉴라이트의 도전은 '무한도전'의 복잡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오해한다.

다양할 수 있는 시청자들의 독해방식 또한 한 두 개로 규정하는 전제를 행한다. 오히려 생각지도 않았을 내용을 떠올리도록 '읽기 지도'를 하는 모습을 띠기도 한다.

모처럼 젊은층이 즐길 수 있는 무한 상호텍스트성 프로그램에 자칫 창의성을 위축시키는 누를 범하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만들어낸 것보다 더 정치한 분석 없는 비평은 인상비평이라는 힐난을 면하기 어렵다.

뉴라이트의 비평이 향할 곳은 오히려 그 상호텍스트성이 잘 일어나게 된 맥락이 아니었을까 싶다. '1.9메가'라는 짧은 말로도 쉽게 웃을 수 있는 그 정치적 맥락 말이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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