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자 작가였던 요네하라 마리의 음식 기행을 읽다가 웃음이 터졌다. YKK 지퍼의 품질과 활용도를 자랑하는 이야기다. 청바지나 가방에 달려 있어 우리에게도 꽤 친숙한 지퍼인데 1969년 달나라 우주비행사의 우주복에도 이 지퍼를 달았다. 그렇다면 대체 이 지퍼는 어디에까지 달 수 있는 걸까. 세계에서 캐비어 소비 1, 2위를 다투는 일본인지라 아마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일본인들은 우주복도 성이 차지 않아 이 YKK 지퍼를 철갑상어의 배에 단다. 철갑상어의 알은 세계 3대 진미인 캐비어이다. 철갑상어는 연어나 청어처럼 강을 거슬러 올라가 산란하지만 산란 뒤에도 죽지 않는다. 몇 번이나 산란을 할 수 있다. 단 한번 알을 채취하기 위해 철갑상어를 죽이는 일이 안타까웠던 이들은 궁리한다. 철갑상어를 잠깐 기절시킨 뒤에 캐비어만 꺼내고 그 개복부에 바로 성능 좋은 일본산 YKK 지퍼를 다는 것이다.
알이 차면 지퍼를 열어 다시 알만 꺼내고 지퍼를 닫고 또 꺼내고 닫고. 그럼 귀한 캐비어를 지금보다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 희소성 강한 음식에 대한 집착과 인간의 이기심이 드러나는 부분인데 물론 다 거짓이다. 하지만 조만간 YKK 지퍼를 단 철갑상어들이 진짜 등장할는지도 모른다. 여닫다 지퍼 이빨에 살점이 물리는 일도, 녹이 슬 일도 없는 특수 지퍼를 단.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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