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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교육 대통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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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교육 대통령'을 보고 싶다

입력
2009.07.2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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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야 말로 '개천에서 난 용'의 전형이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고교때부터 풀빵 엿 뻥튀기 등을 팔아 학비를 스스로 벌면서 공부와 씨름해 명문대에 들어갔다. 당시 상류층을 중심으로 만연했던 개인과외는 그에게 다른 세상 얘기였다. 학비를 직접 번 것만 빼면 요즘 유행하는 자기주도학습의 원조격으로 손색이 없다.

그는 자신의 저서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에서 "나는 현실을 버린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동시에 나의 이상을 포기한 적 역시 한 번도 없었다"고 적었다. 서울시장 시절 사석에서는 "가난을 이겨내고 20대 대기업 이사, 30대 사장, 40대 회장, 50대 국회의원에 이어 서울시장이 될 수 있었던 바탕은 교육"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생활이 궁핍했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소화시켰던 학교 교육은 그의 사고를 180도 바꿔놓았다. 좁은 틀에 머물러 어쩌면 평범한 현실 안주로 끝날 수 있었던 인생에 일대 전기를 마련해 준 일등공신이 교육이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의 성공 스토리를 접한 많은 국민들은 '경제 대통령' 못지 않게 '교육 대통령' 기대도 가졌을 법 하다. 자라나는 자녀에게 어쩌면 이 대통령이 역할 모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차별없이 좀 더 다양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공되리라 믿었을 것이다.

출발은 괜찮았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와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으로 대변되는 이른바 MB식 교육정책은 이 대통령 교육 철학이기도 한 '자율과 경쟁' 모토와 맞물리면서 묘한 상승 작용을 낳았다.

그런데 탄력이 붙지 않았다. 새 교육정책이 시행된 지 1년 6개월도 안됐는데, 교육현장에 착근(着根)도 되지 않았는데,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자율형사립고는 '자율' 명칭이 무색하리만큼 로또식 추첨선발로 사학과 학부모들의 외면을 자초한 채 비틀거리고 있다. 오죽하면 '무늬만 자율고'라는 말이 나올까. 대입 자율화 방안은 일부 대학 외국어고 출신 우대 의혹에서도 이미 확인됐듯이, 준비 안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입시 업무를 한꺼번에 넘긴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교육정책의 난맥상은 제3자가 끼어들면서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사교육비건만 해도 그렇다. 사교육비 절감 필요성을 언급한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를 제쳐놓고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과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인 '오버 액션'에 국민들은 고개를 돌린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수장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지 오래다. 집안 싸움이 가관이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교육수석이나 교과부 장관을 통해, 아니면 '李의 남자'라는 이주호 교육차관을 통해 교육정책 추진 상황을 보고 받을 것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지금처럼 교육 정책이 흔들리고, 갈등이 심화되고, 학부모들이 우왕좌왕한다면 '교육 대통령' 행보를 본격화 하는게 맞다. 교육이 바로 민심이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풍족한 예산 지원을 받아 그럴 듯 하게 꾸며놓은 특성화 학교를 둘러보는 것에 교육 투어 비중을 둬선 곤란하다. 대학 총장들을 불러 모아놓고 각본에 맞춘 얘기를 들어선 고등교육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

학생들의 고민, 학부모들의 생각, 교사들의 고충을 듣기 위해 교육 현장에 뛰어드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김진각 사회부 차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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