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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갈매기' 아르까지나役 서이숙/ "출연작마다 주목받는 지금, 조금 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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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갈매기' 아르까지나役 서이숙/ "출연작마다 주목받는 지금, 조금 겁나요"

입력
2009.07.2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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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나 나이에 관계없이 '여배우'라는 말에 공통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가 있다. 예민한 성격과 차가운 인상. 더욱이 그 대상이 '리어왕'의 첫째 딸 거너릴(3월), '피카소의 여인들'의 피카소의 첫번째 부인 올가(4월), '고곤의 선물'의 헬렌 담슨(6월)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배역을 연이어 능숙하게 소화한 연극배우 서이숙(42)이라면 이런 고정관념은 진실처럼 굳어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무대 밖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달랐다.

8월 1일부터 30일까지 혜화동 게릴라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갈매기'(안톤 체호프 작ㆍ박근형 연출)에 욕심 많고 이기적인 여배우 아르까지나로 출연하는 그는 "나와 맞지 않는 역할이어서 망설였다"며 까르르 웃었다.

"아르까지나처럼 까다롭기는커녕 오히려 둔한 편이죠. 그게 지금껏 내가 연기생활을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이기도 한 걸요. 조금씩 손해 보며 사는 느낌이랄까…."

연기 경력 20년을 넘긴 그는 올 한 해 대작만 6편에 캐스팅됐을 정도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연극 '허삼관 매혈기'로 히서연극상과 동아연극상을 거머쥔, 6년 전부터다.

그는 "새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인터뷰 요청이 이어지는 요즘이 신기하고 즐겁다"면서도 "이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낀다"고 했다. "그간 공연을 잘했다는 간접 평가를 받은 것 같아 기뻐요. 저는 미련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그만두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이게 아니면 할 게 없다 생각했고 죽기살기로 연기에 매달렸죠."

그에게 이번 무대는 2년 반 만에 출연하는 소극장 연극이자 연출가 박근형과의 첫 만남이다. 캐릭터를 연구하고 만들어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에 즉흥성과 순발력을 요하는 '박근형 식 연극'은 어색할 법도 한데 새로운 도전은 늘 설렌다는 그다.

"늦게 주목받은 만큼 코미디, 뮤지컬 등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이번엔 연출에 의존하지 않고 배우 스스로 책임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듯해 기대되네요."

연출가나 제작자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캐스팅 고충에서는 벗어났지만 그는 여전히 '행복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미혼인 까닭에 남보다 많은 노력을 연기에 쏟아부을 수 있는 여건이긴 하지만 이전 배역의 기억을 털어낼 시간이 부족할 만큼 공연 일정이 바투 붙어 있기 때문이다.

"천재적 능력이 없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주목받는 요즘이 조금은 겁이 나요. 무대 연기는 공을 들인 만큼 나타난다고 믿거든요. 그래도 차곡차곡 쌓아온 그간의 작은 배역들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듯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면 존재만으로도 빛이 나는 노배우로 늙어갈 수 있겠죠?" 공연 문의 (02)6012-2845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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