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 입고 영화 찍은 지 거의 10년 만이라 어색하지 않나? 표준어 사용도 10년 만이고…" 20일 오전 경기 파주시 '굿모닝 프레지던트' 촬영 현장. 충무로의 재주꾼 장진 감독이 농을 던지자 넥타이를 곧추 매던 톱스타의 얼굴에 붉은물이 슬쩍 들었다.
남성 양복 카탈로그 표지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미끈한 모습이었다. 책상에 살짝 기대 앉아 서류철을 넘기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의 외면은 최연소 야당 총재를 거쳐 최연소로 청와대의 주인이 된 젊은 정치 엘리트를 무리없이 구현해냈다.
주인을 업고 손발로 내달리는 노예('무극'), 얼굴에 흉터 가득한 탈북자('태풍'), 광기에 사로잡힌 해병대원('해안선') 등을 연기하며 조각같은 얼굴을 되려 콤플렉스로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말쑥한 이미지를 유난히 멀리했던 장동건. 그는 그렇게 4년 만의 복귀작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외모상 가장 자기 자신다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대통령 3명의 사생활을 통해 청와대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코미디. 장 감독이 "과연 대통령도 휴대폰이 있고, 대출 권유 문자도 가끔 받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쥔 영화다. 이순재가 로또 당첨금을 사회에 기부할 운명에 처한 억세게 운수 나쁜 말년 대통령 김정호 역, 고두심이 국내 최초의 여성 대통령 한경자 역을 맡았다.
장동건은 젊은 대통령 차지욱으로 분해 외교엔 강성이면서도 여자 앞에선 한없이 무너지는 싱글 대디를 연기한다. 그는 "젊다는 점에서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인물"이라고 역할을 소개했다. "권위적인 대통령의 모습이 아닌 보통사람들과 같은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와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인연은 우연히 찾아왔다. 사석에서 만난 장 감독이 기획 중인 영화 이야기를 건넸고, 흥미를 느낀 장동건이 욕심을 내면서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그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 "이야기가 재미있고 신선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해보지 못한 코미디라서 마음이 더 끌렸습니다."
장동건은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영화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 동안 너무 우울하고 비참하고 처참한 역할만 해 '태풍' 개봉 당시 다음에는 따스하고 미소가 흐르는 감동적인 영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제가 필요로 하는 부분과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일치한 것이죠."
하지만 4년 만의 복귀가 쉽지는 않았던 듯하다. 장 감독은 "몸이 많이 굳어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장동건인데, 자존심 상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며칠이고 개인연습을 적극적으로 해주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대통령 자리에 올랐건만 장동건은 "역시 내 천직은 배우"라고 강조했다.
파주=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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