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수주 가뭄으로 고생했던 조선업계에 점차 온기가 퍼지고 있다. 최근 대형 플랜트 수주라는 낭보를 시작으로 올 하반기부터 조선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정유업계는 유가 반등에도 울상이다. 경기 회복을 내다보고 투자했던 수 조원 규모의 고도화시설이 역마진을 내고 있어서다.
기지개 켜는 조선업계
조선업계의 해갈은 플랜트 분야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국영가스공사(ADGAS)로부터 10억달러(약 1조2,500억원) 규모의 대형 가스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올 하반기 첫 수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중공업의 '수주 바통'은 조만간 삼성중공업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쉘이 조만간 발표할 50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LNG FPSO(부유식 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 수주의 유력 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FPSO 5척을 모두 수주해 그 기술력을 이미 입증 받았다.
내달 말 이후 발표될 호주 고르곤 가스개발 프로젝트에도 국내 조선소들이 유리한 위치에 서있다. 1976년 첫 해양사업본부를 발족한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FPSO 분야에 강점을 지닌 대우조선해양도 유력 후보다.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프로젝트의 경우, 브라질 조선업체와 지분투자 및 컨소시엄 구성을 완료한 삼성중공업이 유리한 입장에 있고, 후발주자인 STX조선해양도 수주 가능성이 점쳐진다. STX유럽을 통해 브라질과 맺어온 인연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플랜트만큼은 아니지만, 선박 분야에서도 희소식이 조금씩 들려온다. STX는 이미 4월에 쇄빙예인선과 군용수송함 건조계약을 카자흐스탄과 프랑스로부터 따낸 데 이어 6월에는 탱커선을 수주했다. 하반기 수주 전망도 밝은 편이다. 현대중공업도 LNG선 등을 중심으로 수주가 조금씩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중순 15만톤급 규모의 대형 원유운반선 2척을 올해 첫 수주한 성동조선해양은 현재 유럽과 아시아 선주 측과 수주 협상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조(新造)시장의 선행지수 역할을 하는 중고선의 거래 급증 등을 고려할 때 선주들의 발주 가뭄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시장 회복에 무게를 뒀다.
하반기 적자 예상되는 정유업계
정유업계에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원료와 제품의 가격 차인 단순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3ㆍ4분기에는 적자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 받으며 큰 수익을 내던 고도화 설비마저 역마진으로 돌아선 탓이다.
고도화 설비는 원유보다 쌌던 벙커C유를 휘발유, 경유 등으로 바꿔 '짭짤한' 수익을 내면서 '지상유전'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벙커C유 가격과 휘발유ㆍ경유ㆍ등유의 가격 차가 좁혀지면서 역마진으로 돌아섰다. 지난주 벙커C유와 휘발유의 가격차는 고도화 설비 가동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6.9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벙커C유와 경유의 가격 차이가 54.67달러에 달해 고도화 설비 단순 마진이 40달러를 넘어섰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도화 설비 가동 원가가 배럴당 8달러 정도인데 벙커C유와 경유의 가격 차는 7.68달러에 불과하다"라며 "고도화 설비를 돌려도 손해가 나는 상황이니 하반기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단순 정제마진은 이미 5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 원유를 정제해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정유업계의 부진은 세계적인 공급 초과와 수요 부족 탓이다. 인도 릴라이언스가 올해 초 하루 54만배럴의 정유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중동 지역에 새로 지어진 정유공장도 조만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여기에 불황으로 휘발유, 경유의 국제 수요마저 줄고 있어 수급 불안감은 한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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