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에 붕어가 들어있지 않듯 한국영화를 상징하는 충무로에는 영화사가 그다지 많지 않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행하는 영화산업 월간지 '시노' 6월호에 따르면 충무로가 위치한 서울 중구에 적을 둔 영화사는 14개다.
전체 영화사 236개 중 6%에 불과한 수치다. 2000년대 한국영화의 새 심장이 된 강남구(140개ㆍ59.3%)에 비교하기조차 민망하고, 종로구(22개ㆍ9.3%)와 서초구(18개ㆍ7.6%)에도 뒤떨어진다.
세계영화의 메카인 할리우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제작 중심으로서의 독보적인 지위를 잃고 미국 영화산업을 지칭하는 보통명사로 퇴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LA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할리우드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에서 제작된 영화는 전체 미국영화의 31%에 불과했다.
2003년(66%)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할리우드에서 돈 세는 소리가 여전하다지만 카메라 필름 돌아가는 소리는 잦아들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를 벗어난 스태프와 배우들은 미국의 다른 지역과 국외로 향하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앞세운 플로리다주 등 미국 30여개 주가 각종 혜택을 내걸고 영화제작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의 로케이션 명소로 떠오른 독일도 1년에 총 7,800만 달러의 세제 혜택을 주며 세계 영화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이 돈을 쓰면서까지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해 없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그들의 명소를 손쉽게 세계에 알리는 관광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톰 크루즈가 덴젤 워싱톤과의 차기작 촬영을 위해 지난해말 부산 A호텔에 숙박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고 한다. A호텔측은 "너무나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 예약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
빅스타들이 굳이 자기 돈을 써가며 찾을 정도로 부산은 아직 매력적인 촬영지가 아닌 것이다. 아시아 영상 허브라는 포부를 품은 부산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최근 영화 담당 기자들과 만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이 나와 국가 홍보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딱히 어렵지 않을 듯하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하지만 외국 제작사들이 도쿄를 가든 상하이를 가든 큰 상관이 없는 영화를 찍는다면 굳이 한국 행을 택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기대와 현실의 간격이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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