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강행처리 저지를 위해 단식농성 중인 민주당 정세균 대표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20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등에 불참한 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이틀째 단식을 이어갔다. <백범일지> 와 성경,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등 책 3권만 곁에 두고 중간중간 손님을 맞고 있다. 내> 백범일지>
정 대표의 단식은 연말연초 1차 법안전쟁 때는 물론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에도 대여 전략 차원에서 심심찮게 필요성이 거론됐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는 "다른 것은 다 하더라도 단식만은 피하고 싶다"고 말해 왔다. "단식을 하면 몰래 음식을 먹었네 하는 별별 얘기가 다 나온다.
정말 죽을 각오가 아니면 해선 안 된다"는 이유였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어릴 적 가난 때문에 식탐이 있는 사람이라 섣불리 단식 얘기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그가 단식 카드를 꺼내든 것은 지금이 정치인생을 건 승부처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은 과거 여야 대치정국을 타개하는 돌파구 역할을 해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민당 총재 시절인 1990년 10월 지방자치제 실시와 내각제 포기를 요구하며 13일 간 단식 농성을 벌였던 게 대표적 사례다. 가장 최근엔 2003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 특검 거부에 항의해 한나라당 최병렬 당시 대표가 10일 간의 단식을 결행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 단식은 정 대표에게 대여 전선의 선두주자로 인정받는 시험대인 셈이다.
'단식정치'의 시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날만 해도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정치적 라이벌인 무소속 정동영 의원, 언론노조 지도부 등이 위로 방문했다. 첫날인 19일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등이 방문했다. 야권의 중심축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한 측근의원은 "의사결정 과정은 민주적이되 한번 결정하면 좌고우면하지 않는 '스마트 리더십'이 공감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디어법 저지에 성공하더라도 온전히 그의 공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전 대표의 미디어법 강행처리 반대 발언이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할 개연성이 현재로선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측근 의원은 "그렇다고 해도 제1야당이 미디어법 전선에서 버티지 않았다면 박 전 대표 말이 그처럼 파급력을 가질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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