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점거농성 중인 노조원들에 대한 법원과 경찰의 퇴거명령 강제집행이 20일 무산됨에 따라 향후 노조에 대한 강제해산 절차와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일단 이날 돌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불가피하게' 강제진압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으나, 최악의 사태를 모면함에 따라 향후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집행관과 채권단 5명은 이날 오전 10시20분께 사측 임직원 2,800여명과 함께 평택공장 정문과 북문을 통해 공장 안으로 진입, 노조원 해산을 위한 집행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공장 출입구 경계조 1,000여명을 제외한 2,000여명의 병력을 공장 안으로 10여m 진입시켜 도장공장을 점거 중인 노조와 대치했다.
경찰이 본관과 기숙사, 연구동 등을 차례차례 확보하자 노조원들은 도장공장 주변 폐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경찰의 호위를 받는 법원 관계자들에게 새총으로 볼트와 너트를 쏘며 집행을 방해했다.
경찰은 앞서 34개 중대 3,4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하되 실제 경찰력 투입 규모는 현장상황에 따라 판단하기로 해 사실상 강제진압 가능성을 열어뒀다. 노조원들이 법원 집행관들에게 해를 입힐 경우 이를 이유로 강제진압에 나서면 경찰에 쏟아질 비난을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경찰은 앞서 이날을 강제진압의 중요 고비로 보고 지난 주 간부회의를 2차례 열고, 실무자회의는 거의 매일 열었다. 이 때문에 강제진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조현오 경기경찰청장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고 말하고 이날 오전 간부회의를 마치자마자 헬기를 타고 현장으로 직행, 강제진압이 임박했음을 짐작케 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돌발사태가 발생하지 않음으로써 당분간 강제진압을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용산 참사가 아직 기억에 생생한 시점에서 경찰은 시너와 휘발유 수만ℓ가 쌓인 도장공장에 대해 강제진압에 나서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칫 또다시 희생자가 발생할 경우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노조가 점거 중인 도장공장만을 격리하는 선에서 대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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