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 '미개한 대륙'이던 중국의 이미지가 '인류 문명의 보고'로 탈바꿈하는 데는 조셉 니덤(1900~1995)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 (1954)이라는 저작이 큰 역할을 했다. 영국의 과학자였던 니덤은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중영과학협동부를 창립, 찬란한 중국 문화를 서구에 소개하는 방대한 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중국의>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이 같은 연구 지원 프로젝트를 표방하는 '한국학 세계화 랩(lab)' 사업을 추진한다. 국ㆍ내외 석학급 연구자를 지원, 해외 한국학의 수준을 일본학이나 중국학과 맞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한중연은 이를 위해 연구 경험이 검증된 석학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학 인프라를 일컫는 랩(labㆍ소규모 연구 단위) 45개를 2010년부터 10년 동안 지원한다.
"해외 한국학 연구자는 30~40년을 연구하고도 1~2권의 한국학 책을 출판하고는 학문 생애를 마감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연구비 유치와 연구과제 유지에 급급한 연구자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중연은 밝혔다. 지원수준은 1개 랩 당 3억원(국내)~5억원(구미권) 수준이 될 전망이다.
국내, 구미권, 개도국 등으로 지원 대상 지역을 세분화하고 특성화, 해외 학자 100명을 포함해 총 300명의 한국전문가를 배출한다는 것이 한중연의 계획이다.
국내는 한국고전 등 세계적인 의미를 갖는 주제 연구 및 다문화 속의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연구, 구미권에는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 논리 등 한국의 역사와 정치 및 언어 연구를 지원한다. 개도국에는 한국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아젠다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한중연은 "연구 책임자에게 획기적인 경제적 지원과 함께, 연구진 편성권 등 자율권을 보장할 것"이라며 "랩의 모델은 '랩 마스터'가 랩의 구성원에게 모든 연구역량을 전수해 최고 전문가를 재생산해내는 도제식 교육 모델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 출범에 맞춰 한중연은 21일 '한국학 세계화, 한국학 랩으로 연다'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철학)는 학술대회에서 "개인에게 지원하는 생계형 지원이나 연구소 대상 지원은 연구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었다"며 "일정한 주제를 공유하는 연구 단위를 대상으로 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미국아시아학회(AAS) 회장인 로버트 버스웰 UCLA 교수도 "랩 단위 지원은 연구의 결과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관료주의적 규정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연구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발표를 한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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