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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골퍼 왓슨 준우승 '꿈 살린 老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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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골퍼 왓슨 준우승 '꿈 살린 老力'

입력
2009.07.21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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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장례식은 아니잖아요?"

60세의 노장 톰 왓슨(60.미국)은 패배에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승리가 확실해도 누군가가 미기를 연출하면 그 때문에 승리가 도망칠 수 있으니 이를 미리 각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평소 자신의 골프명언처럼 그는 초연했다.

정규라운드 72홀에 이어 연장 4홀을 더한 76홀 대혈투 끝의 패배에 대한 아쉬움은 짙게 남지만 그의 도전과 성과는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고 진한 감동을 남겼다.

최고령 우승을 노렸던 왓슨이 제138회 브리티시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왓슨은 20일(한국)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턴베리 링크스 에일사 코스(파70)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2타를 잃어 합계 2언더파 278타를 기록해 스튜어트 싱크(36.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4홀 연장 승부에서 4오버파를 기록, 버디 2개를 잡은 싱크에게 패했다.

18번홀(파4) 보기가 아쉬웠다. '젊은 친구'들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던 왓슨은 17번홀(파5) 버디로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스튜어트 싱크(미국)에 1타차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마지막 18번홀(파4)만 파로 지키면 새 골프 역사를 쓸 수 있는 상황. 그러나 페어웨이에서 8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조금 길어 그린 에지에 걸렸고 버디 퍼트는 홀을 2.4m 지나쳤다.

꼭 넣어야 할 파 퍼트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짧아 보기를 기록, 먼저 경기를 끝내고 기다리던 싱크와 동타가 되면서 4개홀의 연장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체력 저하로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를 기록해 버디 2개를 잡아낸 싱크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 싱크, '전설' 제치고 메이저 첫 승 위업

싱크는 뉴스 메이커 왓슨을 꺾고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를 차지했다. 대회 종반까지 선두경쟁에서 밀렸지만 18번홀 버디로 잡은 연장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개인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달성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다. 외신들은 '싱크가 노장의 꿈을 무산시켰다'는 제목을 다는 등 60세 왓슨의 노장 투혼에 초점을 맞춘 것. 싱크도 "지난 4월 마스터스 대회 때 왓슨과 연습 라운드를 하고 나서야 왓슨이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그와 함께 플레이한 것이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 '기적의 노장' 왓슨은… 39승 올린 '전설' 초청장 받고 출전

톰 왓슨의 기적 같은 선전은 32년 전 같은 코스에서 이뤄졌던 명승부를 연상케 했다. 1977년 28세의 신예였던 왓슨은 원조 골프 황제 잭 니클로스(당시 37세)와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펼쳤다. 훗날 골프팬들은 이 승부를 '백주의 결투(Duel in the sun)'라 부르며 왓슨에게 헌사했다.

1949년 9월4일생인 왓슨은 197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뛰어 들어 통산 39승을 올린 전설적인 선수다. 이 가운데 메이저대회 우승은 여덟 차례. 99년부터는 시니어투어에서 뛰어왔고 12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역대 우승자에게 주는 초청장을 받고 올해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한 왓슨은 "이젠 완벽한 샷을 날릴 준비가 된 대회만 출전하기로 했고 이번이 그 대회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왓슨은 준우승을 차지했음에도 자신의 경기에 만족하지 못한 것 같다.

왓슨은 경기를 마친 뒤 "18번홀 세컨샷에서 9번 아이언을 사용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형편없는 퍼팅을 했다. 그리고 연장 플레이오프에서도 샷 감각이 좋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은퇴한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은 "그의 경기를 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대단한 일주일이었다. 그가 스스로 자랑스러워 할만하다"고 말했다.

3라운드까지 2위를 기록했던 로스 피셔는 "예순 살이라는 나이에 이런 경기를 할 수 있다니 그는 진정한 전설이다. 내가 50대나 60대 선수가 되었을 때도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고 했다.

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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