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했다. 조합원이 3만여명인 KT노조는 민노총에서 세 번째 큰 기업 노조이자, 산하 정보기술(IT)산업연맹(3만7,000여명)의 최대 조직이다. 민노총으로서는 정치적 재정적으로 엄청난 타격이다.
KT노조의 민노총 탈퇴 이유는 어제 실시된 조합원 찬반투표에 앞서 11일 발표한 성명서에 잘 나타나 있다. "민노총이 과도한 정치투쟁과 내부 정파싸움으로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노총의 정치전략과 이념투쟁, 비민주적 운영에서 벗어나 조합원이 중심이 되는 노조, 조합원의 권익을 중시하는 중도개혁의 노동운동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실리적, 실용적 노조조의'의 선언인 셈이다.
이 같은 반발과 새로운 노동운동 모색은 물론 KT가 처음은 아니다. 인천지하철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영진약품 등 올 상반기 줄줄이 탈퇴한 10여개 노조가 이미 선언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변화하는 노동현실과 노동자들의 바람을 무시한 채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T노조 탈퇴라는 엄청난 타격을 받고도 여전히 "노조의 투쟁은 정치투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더욱이 노조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조직체계 변경(기업단위 지부를 지역지부로 편입)은 민노총의 주력인 현대차노조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비록 구속력은 없지만 현대차노조 산하 정비위원회(조합원 2,700명)가 중앙위원회를 열어 금속노조 탈퇴와 조합비 납부 유예를 결의했고, 판매위원회(조합원 6,700명)도 곧 결정을 내릴 움직임이다.
지도부의 조합비 횡령, 간부의 성폭력, 도박 등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민노총을 수습하고자 4월에 출범한 새 지도부는 무엇보다 현장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사회적 약자 편에 다가가겠다고 약속했지만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민노총의 고집스러운 정치투쟁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분명 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민노총이 그것을 거부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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