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아 왜 이렇게 왔어. 우리 미영이 불쌍해서 어떻게 보내느냐고."
17일 서울 중구 국립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여성산악인 고(故) 고미영(41)씨의 분향소는 안타까움과 눈물로 가득했다. 영정 속 고씨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언니 미숙(52)씨 등 고인의 유족들은 "살아서 와야지, 살아서 와야지"라며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고인이 친아들 대하듯 아꼈다는 조카 수형(17)군은 "고모는 자기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 항상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분향소를 찾은 동료 산악인들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참산악인"이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엄홍길씨는 "산에 대한 열정으로 항상 엔도르핀과 자신감이 넘쳤던 후배였다"며 "몸은 비록 이곳에 놓이겠지만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의 꿈은 이미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문객들은 수천m 고봉 등정 중 텐트에서 양푼비빔밥을 비벼먹는 모습과 "날씨가 안 좋지만 언제까지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출발하려고 합니다"는 육성 등이 담긴 동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한쪽 벽에 마련된 추모글란에도 '언니의 트레이드 마크인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하얗게 빛나는 호탕한 웃음은 언제나 함께 합니다' 등의 글로 빼곡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함영준 문화체육관광비서관이 전달한 친서에서 "고인은 목표를 향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정직하고 당당하며 자신에게 엄격했던 산악인이었다"며 "열한개의 고봉을 최단기간에 등정한 고인의 강인한 도전정신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살아있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한편 장례를 주관한 대한산악연맹과 코오롱스포츠 측은 20일 오전까지 고인의 시신을 한국에 운구해 21일 발인을 할 예정이다.
장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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