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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TV뉴스 '전설의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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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TV뉴스 '전설의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 별세

입력
2009.07.1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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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뉴스 그 자체였고,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권위(정부)였다."

미국 TV 뉴스의 전설적 인물 월터 크롱카이트가 17일 밤(현지시간) 뉴욕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둔 후 뉴욕타임스는 그를 이같이 기렸다. 19년간 미 CBS TV 메인 뉴스를 진행한 크롱카이트는 1981년 은퇴 이후 뇌혈관 질환을 앓아왔다. 향년 92세.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숀 맥머너스 CBS 사장은 "크롱카이트는 역사상 가장 신뢰 받는 앵커였다"며 "그는 위기와 비극, 승리, 위대한 순간에 미국을 이끌었다"고 추모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미국의 아이콘(상징)을 잃었다", "불확실한 세계에서 그는 유일하게 확신과 믿음을 주는 인물이었고, 우리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애도했다.

크롱카이트는 평생 언론인이었다. 16년 미주리 주에서 치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고교 시절 학보사 편집자로, 텍사스대학을 중퇴한 후에는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는 등 여러 매체에서 언론인의 자질을 키웠다.

37년 UPI 통신의 전신인 UP 통신에 기자로 입문, 종군기자로서 2차 세계대전 전장을 누볐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에는 미군 B-17 폭격기에 탑승한 채 원고를 썼고, 네덜란드 상공에서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 전황을 취재했다. 2차 대전 직후에는 UP통신 초대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냈다.

크롱카이트는 50년 기자로 CBS에 입사하면서 전설이 되기 시작했다. 52년 민주, 공화 양당의 전당대회를 중계 방송하는 진행자로 두각을 보였고, 이를 계기로 그에게 기자대신 'TV 앵커'라는 칭호가 주어졌다. 단순한 뉴스전달자가 아니라 뉴스의 가치와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종합 언론인이 된 것이다.

그는 62년 간판 뉴스 프로그램 'CBS 이브닝 뉴스'의 마이크를 잡으면서 미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으로 각인됐다.

특히 그가 존 F 케네디대통령이 암살됐다는 긴급뉴스를 전하면서 "저격을 당했다"고 말을 뗀 뒤 안경을 벗으며 잠시 숨과 감정을 고르다 "그가 사망했다"고 전하는 모습은 미국인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다.

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딛을 때는 말문이 막혀 "Oh boy"라는 말로 뉴스를 시작해 어린이처럼 천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와함께 68년 베트남전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이 수렁에 빠졌다"는 단호한 어투로 뉴스를 진행해 전쟁의 진로를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은 "크롱카이트의 마음을 잃었다면 중서부와 중산층을 잃은 것"이라며 재선 출마를 포기했다.

그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부터 로널드 레이건의 대통령 당선까지 19년간 CBS TV 메인 뉴스를 진행하면서 미국의 소식을 전했고, 매일 밤 미국인들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신뢰를 받는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그에 대한 신뢰는 느릿느릿하면서도 평이하고 침착한 어투, 충실하게 사실을 전달하려는 객관적인 태도에서 나왔다고 BBC는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크롱카이트는 자신에게 헌정된 CBS의 프로그램 '크롱카이트의 회고'에 출연해 내가 한 일은 대부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말했다"며 "대중의 신뢰를 받은 인물은 어쩌면 그가 마지막일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자신의 언론관을 "세상에서 무엇이 일어 났는지를 시청자들에게 거울처럼 보여주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이런 그의 언론관은 언론 교과서에 그대로 실렸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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