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를 통해 한식이 세계적인 최고급 파티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기사가 실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대표부가 각료이사회 의장국 수임을 자축하는 행사에 초대된 세계 각국의 손님들에게 한식을 선보인 것이다. 최대한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프랑스식 코스방식을 택해 한국의 맛과 멋, 맵시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술도 물론 샴페인과 함께 한국의 전통주를 소개하여 큰 관심을 모았다. 거기에다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씨가 디자인한 "마에스트로(명지휘자) 정명훈 메뉴"라는 말에 손님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반가워했다.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이다.
이미 세계는 '대장금'이나 '식객' 등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식에 대한 가치를 조금씩 인정하고 있다. 몇 해 전 미국 월간지 'Health'는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김치를 선정했고, 영국의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도 한식을 적절한 균형을 갖춘 모범적인 식단으로 소개한 적 있다. 그러나 글로벌 푸드로 인정 받고 있는 이탈리아의 피자와 스파게티를 비롯해 일본의 스시, 다양하고 화려한 중국요리 등에 비하면 한식의 세계화 수준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독창성이나 건강 친화성 등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식이 글로벌 푸드에 못 미치는 이유는 뭘까? 얼마 전 해외여행을 할 때 찾았던 한식당에서의 경험이 해답이 될 듯하다. 고된 일정과 낯선 음식에 지쳐있던 우리일행은 큰 기대를 품고 한식당으로 향했다. 이국에서 먹어보는 한식이라니 ... 그러나 단 몇 숟가락 만에 우리의 기대는 무너졌고 그나마 있던 식욕마저 잃어버렸다.
배추 대신 양배추로 담근 김치와 감칠 맛 없이 그저 맵기만 한 동남아산 고춧가루, 불면 날아갈세라 찰기도 없이 푸석푸석한 쌀밥 등... 모두 한식을 흉내 낸 국적불명의 음식이었다. 주인은 신선한 한국산 식재료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쌀을 비롯해 각종 채소, 육류 등 국내산 식재료의 해외수출은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었다.
음식 맛은 식재료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신선한 국내산 식재료의 원활한 공급 없이는 한식의 세계화도 요원하다. 이미 식재료 시장의 선점을 통해 세계의 음식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도 결코 이길 수 없다. 때마침 농림수산식품부가 2012년까지 농식품 100억 달러 수출목표를 세우고 식재료를 향후 농식품 수출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말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최근 한식 세계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크게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지중해의 건강 장수식을 능가하는 한식이 전 세계인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와 농업인, 그리고 수출업계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식 세계화는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농산물 수출 증대를 통해 위기에 처한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 외교코드는 한식이다.
강현정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