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에 원조기업 ㈜김정문알로에의 성장세가 놀랍다. 2005년 창업자인 고 김정문 회장의 별세 직후 부도 위기에까지 몰렸던 이 회사는 불과 4년여 만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매출이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매출은 990억원대. 창립 35주년인 내년에는 국내 알로에 건강식품시장에서 업계 1위 탈환도 노리고 있다.
급성장의 핵에는 최연매(49) 대표이사가 있다. 고 김정문 회장은 그의 남편이자 동지이며 경영의 멘토였다. 최 대표는 중학교 국어교사에서 김정문알로에 청주지사장을 거쳐 창업자와 33세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1995년 결혼에 골인했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 도입한 전문경영인 체제의 폐해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고, 2003년부터는 일선에 복귀한 고인을 부회장 직함으로 보조하며 경영수완을 쌓았다. 그러다 사별 직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서울 서초동의 사옥에서 만난 최 대표는 "목숨을 다해서라도 '진실하게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회장님의 경영철학 만큼은 살려내고 싶었다"고 했다. 침몰 중인 회사를 살리는 길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강한 동기 부여를 통한 결속력 제고에 있다고 믿었다.
"전문경영인 체제 동안 400% 이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당장 돈이 될만한 물건은 1원짜리 하나 찾기 어려웠다. 남의 탓만 하는 망해가는 기업의 전형적인 행태를 없애는 것도 시급했다."
그래서 최우선적으로 손을 댄 게 방판기업의 특성상 일선 영업소의 주문대로 시장성도 따지지 않고 만들어놓은 수많은 재고상품들을 폐기하는 것이었다. 현장 영업소의 반대를 무릅쓰고 창고에 쌓인 200여종의 재고품 중 반 이상을 폐기했다.
제품의 시장성을 높이는 데는 더욱 힘을 쏟았다. 지금껏 회사는 '알맹이가 중요하지 용기가 뭐가 중요하냐'는 논리로 고가 알로에화장품조차 싸구려 같은 용기를 사용하는 일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최 대표는 국내 알로에 기업 중 유일하게 국산 생알로에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일체의 방부제나 화학제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철저히 지켰다. 또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포장 및 용기 디자인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재고율이 떨어지고 현금 유동성이 크게 개선됐다.
품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직원들을 결속하고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최 대표는 인재경영, 독서경영을 내세웠다. 청주지사장 시절 현장 경험을 통해 체득한 '기업은 곧 사람장사'라는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인재경영은 남 탓, 남의 험담을 하는 직원을 먼저 퇴출시키는 것으로 시작했다. 직언이 오히려 오해받는 불합리한 측면도 있었지만, 점차 서로 헐뜯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건전한 제언들이 늘어났다.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은 적극 도입하고 지원했다. 직원들의 MBA과정 진학은 무조건 수업료를 지원했고, 박사과정에 진학하면 그 학비도 댔다. 대리점주 및 카운셀러(방문판매원)를 위한 교육에만 연간 6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차츰 '회사가 커야 나도 큰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그 결과 지난해 이직률은 '제로(0)'를 기록했다.
매달 두 권씩 필독서를 주고 독후감을 써내게 하는 독서경영도 시행했다. 최 대표는 150여명에 달하는 본사 직원들이 써내는 독후감을 직접 읽고 평가해 인사고과에 반영한다. 독서경영 초기엔 중학교 국어교사 출신인 최 대표를 빗대 '자기가 선생이었다고 직원을 학생 취급하냐'는 반발도 있었고, 그 때문에 이직을 하는 사람도 나왔다. 그러나 지금 독서경영은 '소총부대원에게 총 다루는 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사내ㆍ외에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김정문알로에의 성장세가 뚜렷해지면서 한때 난파선에서 탈출하듯 우후죽순 떨어져나갔던 신규 사업자(대리점 개설자)들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올해 목표했던 60개 업체가 거의 채워진 상태. 취임 초기 2,000명선이었던 카운셀러는 올 연말까지 1만명으로 확대될 게 확실시된다.
최 대표는 "회장님은 늘 '기업은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이제 회사가 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도약한 만큼, 회장님의 유지를 받들어 향후 김정문복지재단을 설립해 아름답고 정의로운 기업의 역할을 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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