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고 해도 자기 자신, 클럽, 그리고 볼 그것 밖에 없다."
"승리가 확실해도 누군가가 미기를 연출하면 그 때문에 승리가 도망칠 수 있으니 이를 미리 각오할 필요가 있다."
60세 할아버지 골퍼 톰 왓슨(미국)이 평소 남긴 골프명언이다. 자신의 플레이에 충실함은 물론 결과도 겸허히 받아 들일 줄 알아야 한다는 '골프달인'의 지론이다.
백전노장 왓슨이 세계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턴베리링크스 에일사코스(파70)에서 열린 제138회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로 마친 왓슨은 19일 밤 10시20분(한국시간) 시작한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역사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얼굴과 목에는 세월의 무게를 보여주는 주름이 깊게 패였지만 라운드 내내 아름다운 미소로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우승 여부를 떠나 세계 골프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도전이자 경이로운 일이었다. 왓슨은 3라운드 직후 "첫날 사람들은 '웬 노인이 반짝하는군'하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틀째도 '그런가 보다' 했겠지만 이제 '이 늙은이가 우승할 수도 있겠는데'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1977년 이 대회에서 왓슨에 우승컵을 내줬던 잭 니클로스(69)는 "왓슨의 활약에 나도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며 경이로움을 표시했다.
이 대회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은 1867년 톰 모리스(스코틀랜드)의 46세. 메이저대회 전체로는 1968년 US오픈 줄리어스 보로스(미국)의 48세다. 전세계 정규 투어 대회를 망라한 최고령 우승 기록도 1965년 그린스보로오픈에서 작성된 샘 스니드(미국)의 52세. PGA투어 39승(메이저 8승), 챔피언스투어 12승, 브리티시오픈에서 5차례나 우승(1975, 77, 80, 82, 83년)한 왓슨이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세울지 골프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왓슨은 1라운드 공동 2위, 2라운드 공동선두, 3라운드에서 4언더파 206타로 단독 선두에 오르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다. 최종 4라운드에서도 20일 0시 현재 7번홀까지 1타를 잃었지만 중간합계 3언더파로 선두권을 지키며 '젊은 친구'들을 머쓱하게했다. 리 웨스트 우드(잉글랜드)는 7번홀까지 2타를 줄여 4언더파로 왓슨에 1타차 단독 선두를 달렸다.
'골프황제' 컷 탈락 수모
개인 통산 1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렸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컷 통과에 실패했다. 우즈는 2라운드 합계 5오버파 145타를 기록, 컷 기준에 1타 차 공동 74위에 머물러 일찌감치 짐을 쌌다. 96년 프로로 전향한 우즈가 메이저대회에서 컷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아버지가 사망했던 2006년 US오픈 이후 두 번째다. 프로 통틀어서도 5번 뿐이다. 첫 메이저 우승에 도전했던 최경주(39)와 앤서니 김(24)도 나란히 6오버파 146타를 기록,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정동철기자 ba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